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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18,13) (함세웅 신부 / 서울교구)
   기쁨과희망   2018-05-17 16:25:53 , 조회 : 114 , 추천 : 26



대신학교 1, 2학년 때, 새 사제들의 상본을 받는 기쁨이 매우 컸습니다. 새 사제들이 선택한 성서말씀을 읽고 묵상하노라면, 신기하게도 그 말씀은 모두 다 달랐습니다. 성서구절이니 모두 좋고 삶의 길잡이가 되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그 말씀을 택한 사제의 모습이랄까 생각, 지향 등을 연계해 재미있게 비교하며 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사제품을 받을 때 어떤 말씀을 택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좋은 말씀이니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리의 기도가 제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누구나 구원받기를 원하고 하느님께 인정받기를 원하는데 가장 확실한 기도와 방법이 바로 이 세리의 기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바리사이는 매우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 바리사이는 십계명을 잘 지켰고, 나쁜 짓도 안했고 더구나 한 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십일조까지 바쳤으니 말하자면 모범적 신앙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바리사이보다 세리의 기도와 고백에 더 관심과 눈길을 두셨습니다. 그는 성전에서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향해 눈을 들 엄두도 못 내고 가슴을 치며” 고백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리의 의화를 선언하셨습니다.

신학생 시절, 이 구절에 마음을 둔 것은 “아!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하는 것이 정화의 지름길이며 참 기도”임을 깨닫고 그때부터 미사 시작, 고백의 기도 때마다 늘 이 대목을 되새기며 화살기도를 바쳤습니다. 이 성서말씀 끝 구절에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는 결론이 있습니다. 기도의 핵심은 겸손 실천과 겸허함의 고백입니다.

50년 사제 생활 동안 저는 의지적으로 이 말씀을 화살기도로 올렸습니다. 일종의 자기 최면, 자기 다짐, 반복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제는 신분상 본당에서 늘 첫 자리에 앉는 사람입니다. 미사 봉헌 때는 물론, 세례 때나 첫영성체 등 사진을 찍을 때에 사제는 늘 앞자리 가운데 앉습니다. 그러니 사제는 직무상 겸손과 겸허와는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해부터 사진을 찍을 때 맨 옆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신자들과 수녀님들이 가운데 앉으라고 하면 저는 “이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신식입니다”라고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사제이기에 늘 첫 자리에 있어야 하는 신분으로서 저는 오늘 모든 신부님들과 함께 세리의 기도를 깊이 묵상하고 싶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본당과 삶의 현장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 스승과 은인, 선후배 사제들, 민주화와 인권 현장에서 만났던 청년학생들과 동지들, 고통과 고문을 받았던 분들, 또한 돌아가신 분들과 독자 신부님들을 기리며 베드로 사도의 역설의 기도를 반복해 올립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하느님! 죄인인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남북의 일치와 화해를 이루어 주소서. 아멘


함세웅 신부 / 서울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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