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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땅, 좋은 씨앗...


   

장자의 이야기... (황상근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6-09-09 11:59:38 , 조회 : 507 , 추천 : 70



노나라에 왕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형벌을 받아 발 하나가 잘렸습니다.
유명하지도 않고 발 잘린 죄인인데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자의 제자인 상계가 스승님께 여쭈었습니다. 노나라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당대의 최고 스승인 공자가 있었습니다.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제후를 만나 아름다운 정치를 펴보려는 뜻을 가지고 제자들과 함께 천하를 두루 다니며 가르쳤습니다.

“왕태는 절름발이인데도 따르는 사람이 많아 스승님의 제자가 노나라의 반이라면 왕태의 제자가 반입니다. 그는 서서 가르치는 일도 없고, 앉아서 토론하는 일도 없는데..... 준비도 없이 텅 빈 채로 찾아간 사람들이 가득 얻고 돌아온다고 합니다. 정말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이란 것이 있는 것입니까? 몸이 불구인데 마음이 온전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입니까?”

상계는 외모를 보고 판단했습니다. 몸이 불구이고 눈에 뚜렷이 들어나는 가르침도 없는데 유명한 공자처럼 제자가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는 성인이다. 나도 꾸물거리다가 아직 찾아뵙지 못했지만... 앞으로 스승으로 모시려하는데,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어찌 노나라 사람들뿐이겠느냐? 나는 온 세상 사람을 이끌고 가서 그 분을 따르려 한다.”

상계가 놀라서 다시 여쭈었습니다. “그 분이 선생님보다 훌륭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그런 사람의 마음 씀은 대체 어떻습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는 진리를 깨달아 도의 근본을 지키는 분이다. 죽고 사는 일이 큰일이지만, 그런 것으로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다. 비록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꿈쩍하지 않는다. 귀에 들리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 그런 사람의 마음은 덕(德)에서 나오는 평화로움의 경지 속에 자유롭게 노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발 하나 떨어져 나간 것쯤은 바짓가랑이에 붙어 있던 흙덩어리 하나 떨어져 나간 것에 지나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크게 깨우침을 얻은 사람의 눈으로 보면 두 발 달린 사람이나 외발인 사람이나 많이 다르지 않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왕태라는 사람의 됨됨이를  공자님은 보았습니다.

스승의 설명을 듣고도 상계는 여전히 궁금했습니다. 왕태는 강의도 해주지 않고 토론도 이끌어주지 않는데... 그저 자기 수양하는데 전념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느냐 ? 고 물었습니다.

“흐르는 물에는 자기 모습을 비춰 볼 수 없지. 고요한 물만이 사람의 모습을 비춰 주지 않는가? 고요함만이 고요함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네.”

그것이 공자의 대답이었습니다. 고요하게 자기를 들여다보는 일, 그래서 고요함이 되는 일, 사람들이 와서 고요함에 비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일, 그것이 왕태의 ‘말 없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장자는 약 2400년 전 지금의 중국 하남성에 사셨던 스승이었습니다. 덕충부(德充符)에 가공인물인 왕태와 상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빛을 주려고 하였습니다. 장자는 여기에서 세상에서 소외되고 어둡게 살아가야 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몸은 비록 불구이고 사람답게 살기 어렵지만 하늘이 주신 빛을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하고 아름답고 풍부하게 살아가도록 했습니다.

(황상근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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