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좋은 땅, 좋은 씨앗...


   

“풍경소리”에 실린 이현주 목사의 글에서
   기쁨과희망   2017-09-11 11:44:31 , 조회 : 173 , 추천 : 71



천지인 대표들이 지혜를 구한다며 왔다. 밤중에 술 마시고 말썽 피운 친구들을 징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잘못한 누구에게 벌을 주어야 하는데 어떻게 벌주면 좋겠는지 묻는 거냐고 하자 그렇단다.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너희가 할아버지 의견을 물으니 대답한다. 듣고서 어떻게 할 건지는 너희 맘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온 이 세상은 죄를 지으면 벌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해왔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달리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게 되어있다. 이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문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벌로 겁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벌 받는 게 겁나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건 엉터리없는 거짓 가설이다. 전과자들이 갈수록 심한 죄를 저지르지 않더냐? 오히려 용서받은 죄인이 선한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지만 분명히 있다. 사람을 겁주어서 세상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진짜 잘못된 생각은 이제 그만 졸업했으면 한다. 그것 때문에 인류가 받아온 고통이 너무나 크다.

21세기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세상이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너희 세대가 그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선발대다. 이번에 잘못을 저지른 친구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것으로 이 일을 덮고 없던 일로 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 의견이다.”

한 마디 덧붙였다. “누가 무슨 벌을 받아서 어떻게 문제가 수습됐는지는 중요치 않다. 문제란 언제 어디서나 있게 마련이다. 그보다, 너희 모두 이번 일로 소중한 인생의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고맙게도 몇 녀석이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후 천지인 아이들이 지난번 사건을 스스로 훌륭하게 매듭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깔끔히 처리된 사건 마무리에 모두들 흡족했다고, 바야흐로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선도하던 시절이 저무는 모양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8, 9학년 마음공부 시간, 장발장 얘기를 들려준다.

그가 빵 한 개 훔친 죄로 감옥생활 19년이라는 혹독한 벌을 받지만 그에게서 도둑질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커졌다. 자기를 재워주고 먹여준 신부(神父)한테서 은(銀)식기를 훔친 것이다. 그가 절도 용의자로 잡혀 왔을 때 신부는 그의 죄를 묻는 대신 자기가 선물로 준 것을 왜 두고 갔냐며 은촛대까지 내어준다. 용서에 덤으로 사랑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법정의 차가운 형벌이 아니라 한 인간의 따뜻한 사랑과 용서가 그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이것이 그냥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 보자. 비록 그대로 되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살았다는 사실만큼은 너무나 소중한 인생의 가치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유도(誘導)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2017.6.9.).


“풍경소리”에 실린 이현주 목사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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