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좋은 땅, 좋은 씨앗...


   

나눔도 교육입니다 (진우섭 신부 / 광주교구)
   기쁨과희망   2018-01-12 18:07:52 , 조회 : 20 , 추천 : 1



지난 연말 여느 본당의 주일학교와 같이 한 해를 마감하며 ‘은총 시장’을 열었습니다. 은총 시장을 계획하면서 대표 교리교사가 저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부님, 아이들이 자신의 달란트를 십분의 일씩 봉헌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그에 해당하는 액수로 조그맣게 어른들에게 드릴 사탕 봉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 명만 안 한다는데요?”

웃으면서 이 계획을 말씀하시는데 제 마음 안에 따뜻함이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한다는데 안 하겠다고 나선 아이의 마음도, 봉헌하기로 힘들게 결정했을 아이들의 마음도 그냥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들이 봉헌한 달란트로 선물할 사탕 봉지를 직접 만들고 미사 후 직접 나누어 드렸습니다. 짧은 사제 생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나눔을 아이들에게 제시한 교리 교사들의 지혜에 감탄했고 기꺼이 호응해 준 아이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토요일 저녁 미사 전 눈이 꽤나 내린 날이 있었습니다. 중고등부와 대학생들이 염화칼슘을 뿌리고 성당 곳곳 눈을 쓸었습니다. ‘저 아이들이 집에서도 저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혼자만 속으로 했지요. 아이들이 하는 그 선행은 분명 자신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눈길에 혹시 넘어지실 어르신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또 제 마음 안으로 들어와 따스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희 본당 아이들은 토요일이면 오후 2시부터 성당에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너른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고, 팽이를 돌리고, 잔디밭에서 야구를 하고, 그네와 시소를 타면서 행복해 합니다. 성당에 오면 참 신나게 놉니다. 그렇게 5시간 가까이를 신나게 놀고 난 후 지루하고 재미없는 강론 시간이 되면 여기 저기 조는 아이들이 속출하지요. 강론 시간에 그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행복한 얼굴로 꿀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저는 어른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나눔도 교육인가 봅니다. 여러분들이 20년 넘게 해 온 무료급식의 전통이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이어지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보내는 칭찬은 곧 여러분에게 드리는 칭찬입니다.”

제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는 목포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조금 촌스럽지요.^^ 노는 것도 그렇고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그런 촌스러움이 저는 참 좋습니다. 매주 꼭 작은 사건 사고도 생기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 서로 어울리며 신앙을 배우고 익히며 살아갑니다. 그런 아이들을 어른들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응원해 줍니다.

이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평생 이 곳 북교동 성당에 다닐 거예요”라고 말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제까지 계속될 이곳의 역사를 기대해 봅니다.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일방적으로 어른들에게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히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갑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주는 우리 아이들, 하느님께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시겠죠!


진우섭 신부 / 광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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