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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땅, 좋은 씨앗...


   

영성의 시대와 위기의 교회 (김영수 신부 /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기쁨과희망   2018-07-09 11:43:23 , 조회 : 76 , 추천 : 18



현대 종교학자들에 의하면 20세기야 말로 인류 역사상 영적인 문제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망이 가장 깊은 시대였고, 21세기는 이러한 영적 관심이 인간의 실존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더욱 구체화될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21세기를 영성의 시대라고 예고하였다. 물질주의와 자유주의적 사고가 범람하는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번져가는 다양한 신흥유사영성의 이면에는 인간의 깊은 영적 갈망이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현실은 그동안 몸담고 있던 기존의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그들의 영적인 갈망이 교회 안에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가 그들의 냉담한 침묵과 불안한 눈빛에서 그들 안에 깊숙이 내재하는 영적인 갈망을 보지 못하고 그 열망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다는 것은 교회가 영적인 생명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교회의 현실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나누며 함께 일했던 한 신부님은 현대 세계의 도도한 변화 앞에서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두려움 속에 떨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다리사이에 꼬리를 집어넣고 짖어대며 뒷걸음치는 겁 많은 개’에 비유한 적이 있다. 교회가 처한 현실을 두고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혹시 이미 이루어 놓은 체제의 위력에 자신을 의지한 체 소위 호황을 누렸던 시절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스스로 의로운 집단으로 자처하며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시절의 환상이 아직도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한 때 교회는 사람들에게 베풀어 줄 것이 많았다. 어려운 시절에는 밀가루를 비롯하여 온갖 구호 물품이 신앙의 동기를 제공했고, 서구 그리스도교 사회로 부터 제공되는 문화와 종교적 영향력은 교회가 ‘가진 자’로서 지위를 누리게 했다. 그러나 우리가, 신앙의 선조들이 피로써 일구어 놓은 교회의 열매들을 거두어 누리는 동안 미래의 교회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일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한 세기에 가까운 분단과 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고 평화의 물길을 열기 위한 노력들이 힘차게 전개되고 있는 이 엄중한 시대에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의 길을 찾는 노력도 함께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교회가 영적보루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신앙의 힘과 교회가 지닌 영적 전통의 가치와 영성의 깊이를 찾아내어 민족이 하나 된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준비하는 본질적 노력이야 말로 이 시대가 요청하는 가장 절실한 영적인 과제일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문을 열며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힘주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교회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가지 않으면 그들은 교회에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김영수 신부 /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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