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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교회의 위기와 폭력적 자화상 (김영수 신부 / 치명자산 성지)
   기쁨과희망   2017-11-07 11:09:18 , 조회 : 119 , 추천 : 48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태 11,12).

변화하는 세상 안에서 교회가 처한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극단적인 입장을 보게 된다. 소위 보수파라고 불리 우는 한 극단은 교회의 위기 상황을 두고 순교자적인 자세로 냉엄한 현실진단을 내린다. 그들은 공의회 이후 교회가 현대적 불신 곧 세속주의와 자유주의에 오염되었기 때문에 자기들만이 충성스럽고 거룩한 소수의 ‘남은자’ 로서 공의회 이전 교회의 복구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교회의 쇠퇴와 몰락을 예측하며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제 낡고 답답한 제도 속에 갇혀 죽어가는 교회를 탈출하여 새로운 교회의 모델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강박 속에서 오로지 효율적이고 세상의 갈채를 받는 교회의 모습만이 이 시대의 참된 종교적 삶을 유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제시한다.

이 두 극단적인 입장 속에는 교회의 몰락을 불안하게 예측하고 그 원인이 다른 편의 극단에서 기인한다고 전제하는 공통적인 태도가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입장에는 선동적이고, 암시적인 이분법적 진영 논리가 배여 있으며 그 논리의 바탕에는 사랑이 아닌 단죄, 배려가 아닌 판단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폐쇄적이고 자학적인 이 두 극단의 태도 안에는 절망을 부추기는 폭력성이 내재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인간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지탱되는 교회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사도로부터 이어온 교회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영을 믿고 따르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폭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늘날 교회 안에 팽배한 ‘냉소주의’(Sarcasm)는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패배감을 안겨주는 우리 교회의 폭력적 자화상이기도하다.  

현대 세계의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전망한 독일의 신학자 메다르트 켈(Medard Kehl S.J.)은 그의 저서 <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 폐쇄적이고 자학적인 태도로 위기의 시대를 예언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제안하고 있다. “희망을 자라게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실제적 효과를 거두려고 하거나 끊임없이 사람들의 새로운 욕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먼저 우리 신앙의 중요한 실천들에 흔들림 없이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들이 무엇보다 먼저 신앙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능한 한 당연하고 딴마음 없이 - 끊임없이 좌우를 살피거나 갈채를 기대하지 않고 - 행해야 한다는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은 신앙인들을 해방하고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작용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지 못해 성급하게 체념하거나 효율적인 활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 대항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단정하거나 생존의 논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신앙과 교회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부족한 탓이다. 근원적인 성찰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고유한 존재, 즉 내적, 외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성의 차원을 볼 수 있다. 근원적인 성찰은 우리가 체험하는 현실의 진정한 뜻을 가르쳐 주고 보다 깊은 차원의 희망을 갖게 해 준다.

과거로 퇴행하며 사이코패스적인 정치폭력으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운명을 난도질한 정권을 교체하여 새로운 시대를 갈구했던 촛불혁명의 염원이 가시적으로 달성되었다. 이 역사적인 시점에서 극단의 입장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혼란의 시간을 감당해 내고 있는 힘든 세상에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통해 세상의 빛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김영수 신부 / 치명자산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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