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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정병철(요셉)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9-06-05 18:27:34 , 조회 : 100 , 추천 : 6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이 노래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 앞에서 종종 불렀던 노래입니다. 특히 어머니가 좋아하셨는데, 지금도 저는 어머니를 뵈면 이 노래를 항상 불러드립니다. 이 오래된 동요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완벽하게 따라 부르시고, 노래가 끝나면 “큰 신부 어렸을 때 정말 이뻤는데” 하시며 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건네십니다. 이 동요는 저에 관한 오래된 어머니의 기억을 불러오고, 그 순간 저는 어머니의 모성을 잠시나마 느끼며 행복해합니다. 어머니가 이렇게 우리 엄마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이런 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인지장애를 앓으시던 어머님께서 요즘은 점점 빠른 속도로 기억들을 잃고 계십니다. 아직 자녀들은 알아보시지만, 이것마저도 가끔 헷갈리셔서 저를 남편으로 인식할 때가 종종 있으시고, 평생을 열심히 하시던 기도도 이제 그 방법이나 의미가 지워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형제들이 돌아가며 어머님을 돌보고 있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면 시설이나 병원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어머니를 가족들 곁에서 떠나보낼 것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동안 여러 요양 시설을 답사하고, 대기 순번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결정을 번복하는 이유가 있는데 우리 사회 평범한 사람이 갈 수 있는 일반적인 노인 시설에 어머니를 보내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 노인관련 시설들을 보면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시설도 물론 있지만, 대개는 너무 열악하고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어머님 때문에 우리 사회 노인관련 실상을 알게 되면서 인생이 너무 허망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평생 가정과 사회를 위해 노력하며 살았지만, 그들 중 상당한 비율 노년기 삶의 풍경은 폐기되고, 버려지고, 방치된다는 느낌을 일으킵니다. 저희도 언젠가 그 안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슬픔이 밀려옵니다.

고령화와 질병에 시달리는 부모님을 사제들이 개별적으로 부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교구 선배들은 오래전부터 인식하시고 지도부에 여러 번 해결책을 건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한 교회 내의 일반적인 정서는 개인적 문제로 선을 긋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인천교구가 태도를 바꾸어 사제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거기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제가 겪고 있는 고민을 교회가 나서서 전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제가 되었다고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볼 의무에서 해제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사제 자녀의 돌봄이 꼭 필요한 사제 부모들도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젊은 사제들 중에는 외아들이 많고, 경제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의 노년기를 책임지는 상황도 생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교회가 과거의 사제생활 규범을 고집하지 말고 사제들의 부모 부양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해주어야 할지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병철(요셉)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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