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이대로 좋은가...


   

생명력과 기억을 남기는 사목자 <안충석(루카) 신부 / 서울교구>
   기쁨과희망   2019-07-02 11:57:10 , 조회 : 64 , 추천 : 5




어느 날 단주(端酒) 사목을 하시는 허근 신부님이 가톨릭 대학생들에게, “사람은 중독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어느 정도 중독될 정도로 관심과 애착이 있어야만 한다. 중독 종류에는 어떤 종류의 중독이 있느냐?”고 질문을 하였답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대답하기를 “저희 총장님은 나무들을 심고 기르는 중독 같습니다”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일평생을 교수와 사제평생교육원장과 대학총장으로 교육계에서 인재와 신학교 낙산에서 나무들을 심고 기르시더니 이제 부천가톨릭대학 교정에서도 똑같구나…” 하면서 나는 내심 그 학생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나무들 목재도 그렇고 대학생 기르는 인재도 그렇고 생명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여기서 나무의 영성을 노래한 시편을 떠올려본다.

  무슨 말을 들었기에(김형영)

  무슨 말을 듣기는 들었느냐.
  한평생 땅에 뿌리박고
  귀 기울이며 사는 나무,
  네가 언제 한 번이라도
  하늘이 싫어할 일을 저질렀다고
  잘못을 빌듯 연신
  온몸을 끄덕이는 나무,
  정녕 한 말씀 듣기는 들었느냐.

이승원 평론가의 해설을 인용해 본다. 기독교의 윤리적 관점에 의하면 끝없이 속죄하는 이 나무가 충실한 신앙인이다. 잘못을 빌며 온몸을 끄덕일 것인가, 사는 게 즐거운 듯 연방 건들댈 것인가? 시인의 신앙적 규범은 전자를 향하고 영혼의 지침은 후자를 향한다.

참회의 삶을 살건 나뭇잎처럼 자유롭게 건들대며 살건 시인이 진정으로 원하고 희구하는 상태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세상의 잡물이 들지 않은 아기의 천진한 상태다. <시>라는 제목에서 단적으로 표명한 진정한 희구의 대상은 “태어난 지 세이레쯤 된/아기”의 입에서 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옹알이, 이제 막 태어나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가장 신성한 ‘아가말’이다. 너희는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주님을 말씀대로 영혼을 깨어나게 하는 인재 양성을 위하는 것이 목자상일 것이다.

인천교구 원로사목자 황상근 신부님께서는 가시는 본당마다 본당 주변에다가 나무들을 심으시는 일을 하셨다. 인간생명은 한 백 년도 못가지만 나무들은 그보다도 오랜 생명으로서 기억의 성사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예수님께서도 사랑의 나무인 십자가 나무에서 영원한 생명의 열매를 맺으라고 신신당부하시면서 사람의 기념식수를 하신 것이다.
혜화동 성신교정 소신학교가 있었던 자리 건물 앞에는 150년 넘는 듯싶은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목자의 큰 뜻을 품고 거의 10년을 함께해온 생명의 벗으로서 목자의 지팡이의 사명을 다하는 듯하다. 그 열매를 주어 먹으면서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루카 7,44 참조).

착한 목자의 꿈을 키워왔던 그때를 기억하면서 은행나무 아래서 원로 사제의 추억을 더듬는다. 나는 낙산 정상에서 원종철 신부님이 심고 기르시던 단풍 나뭇잎의 낙엽을 밟으며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면서 생명과 기억의 성사생활을 하면서 일상을 산다.


<안충석(루카) 신부 / 서울교구>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