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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성전 건축의 선물 <김영욱(요셉)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20-02-06 10:24:38 , 조회 : 42 , 추천 : 4




사제 생활 30년. 또 성당을 짓고 있다. 이미 두 번의 성당 건축 경험이 있기에 다시 짓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50년 된 성당이라 여기저기 손 봐야할 곳도 많고 지역 개발로 수천 세대가 새로 들어서니 신자들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신자들의 열정에 감동되어 공사를 시작한 지 9개월. 그동안 내 삶에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1 교구 사제로서의 소속감과 동료 사제들의 형제애를 느낄 수 있었다. 교구장님과 원로 사목자들의 격려와 나눔, 지구 사제들의 나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함께 살도록 배려해준 옆 본당 후배, 매월 2차 헌금을 해서 보내주는 선배, 본당 방문 시 따뜻하게 맞아주며 하나라도 더 팔아주려 애쓰는 동료 사제들의 모습에서 많은 힘을 얻는다. 사실 본당을 방문하여 물건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자체가 신세지는 것 같고 빚지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따뜻하게 맞아주고 챙겨주며 봉사자들 밥까지 사주는 모습에 위로를 받는다. 전에는 내 본당만 생각하며 다른 본당에서 판매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2 본당 신자들과 더 깊은 일체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기금 마련을 위해 신자들이 직접 만드는 음식과 물품들이 있다. 예를 들면 각종 김치와 젓갈, 만두와 송편 등의 음식 그리고 팔찌 묵주와 프랑스 자수 등으로 만든 물품이다. 결과물로는 작게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음식 만드는 일은 정말 종합예술이다. 신자들과 음식을 만들면서 깔깔대며 웃고 수다 떨다 보니 더 친해지고, 함께 물건을 팔러 다니는 가운데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3 혼자 자취하면서 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모르는 것이 많은지 알게 되었다. 건축자금을 모은다고 식복사 없이 조그마한 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전에 안 하던 청소, 빨래, 장보기, 설거지, 분리수거, 화분 물주기, 마당 쓸기 등을 하다 보니 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처음에는 안 하던 것을 하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슬슬 귀찮아진다.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동안 내가 너무 의존적으로 살아왔으며 세상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고 지혜롭다는 것을 알았다. 살림하랴, 직장 다니랴, 아이들 키우랴, 바쁜 중에서도 시간 쪼개어 성당에서 봉사하는 신자들의 모습이 정말 고맙고 대단하게 보이는 요즘이다.

성당을 지으면서 바라는 것이 있다. 올해 본당설립 50주년을 맞아 성당 재건축으로 고생하는 우리 신자들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가운데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 체험하고 희년의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공사를 끝으로 더는 성당 짓는 일에서 해방되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나도 성당이 완공되면 성당 짓는다고 고생하는 신부들을 초대해서 잘해주고 싶다. 성당 짓느라 고생하는 신부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김영욱(요셉)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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