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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포스트 코로나 선교를 고민하며 <이범석(시몬 베드로)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지부장>
   기쁨과희망   2020-10-12 14:46:39 , 조회 : 38 , 추천 : 2




요즘 몇 달 간, 한국에 계신 지인들로부터 캄보디아 코로나 상황을 걱정하는 연락을 자주 받았습니다. 기본적인 의료체계 등이 열악한 나라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안전한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씀하실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 곳, 캄보디아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 합니다. 이미 지난 3월을 전후로 전국의 교육기관, 유흥업소, 종교행사 등 직접적인 접촉이 발생하는 장소나 모임 등을 정부가 강제 금지시켰고, 캄보디아로 입국하는 모든 여행자들은 입국 직후 바로 지정된 격리 시설로 옮겨져 감염여부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코로나 이전의 삶을 그리워 하지만, 정말 우리는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전과 같은 일상이란 무엇일까요? 금지되었던 조치들이 다시 풀리고,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 ‘전과 같다’로 말하기에는 내심 찜찜함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잘 못 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 이전의 나의 삶은 ‘어땠을까?,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겠지요. 지금처럼 마스크를 써야 하고, 행동의 제약이 불편하긴 하지만, 그 마저도 이젠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그 안에서 스스로의 만족을 찾아가게 됩니다. 코로나 이전의 삶도 그랬으니까요. 전과 일상이 그리우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라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당연한 모습이겠죠.

우리는 이제 코로나 이후의 시대(Post Corona Generation)를 준비해야 합니다. 모든 영역에 그렇듯, 선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잠깐 말씀드렸듯,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한 나라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 있어서 한국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염자가 적음에도 여전히 한국이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포스트 코로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모든 선교사들은 오지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성사를 나누고 가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이상의 본질적인 부분을 더 고민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타인들과의 단절이 늘어났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더 두터워졌습니다. 자기만족, 자기중심적 성향이 더 두드러지는 것은 비단 선진국만의 상황이 아닙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 사회적 약자로서 순응, 절망에 익숙해져 있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도, 이 코로나로 자신을 더 지키고, 자신을 더 중심으로 두는 삶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전처럼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공동체, 가난한 나라라는 통합된 시각으로 선교 방향을 유지한다면, 그들에게도 커져버린 개인주의, 자기중심적 삶의 방식 등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산상수훈을 설교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배가 고픈 이들에게 빵과 물고기도 나누어주어야 하지만, 그 보다 더 본질적인 영혼의 양식, 이름을 가진 모든 이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 아마도 포스트 코로나의 선교는, 그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의 이름 하나 하나를 존중하는 시대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범석(시몬 베드로)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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