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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왜 협력사목(보좌)을 신청했는가?... (김현배 신부 / 의정부교구)
   기쁨과희망   2015-11-12 10:51:18 , 조회 : 699 , 추천 : 113


   사제생활 33년차 1983년 서품자입니다. 고교 동창들을 만나보면 이미 한참 전에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명예퇴직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 준다는 것입니다. 군대도 계급과 나이 정년이 있어서 승진이 안 되면 그 나이에 퇴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80-90년대는 신부가 모자라서 수도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연히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대거 교리교육에 투입되었습니다. 신부 숫자는 모자라고, 지방에서 신학교에 들어가기는 어렵고 해서 교구마다 신학교를 설립하게 되었고, 그래서 차츰 사제 숫자가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신부가 적체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적체되는 기간이 길다보니 신부들이 냉소적이 되거나 우울증을 앓게 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는 보좌 신부가 우울증을 앓는 다는 소리를 듣고 “그것은 죄다”라고 했습니다. 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 보좌로만 15년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언제 주임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나이 45세가 넘었는데도 자기 결정권 없이 누구의 명령을 듣고 움직여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우리 교구는 2004년 분가 후에 사제총회를 하면서 사제 생활 7년차가 되면 무조건 주임을 내보내자고 결의를 했습니다. 서울대교구 때 부주임에게 일 좀 하라고 했더니 “이제 좀 지겹다”고 답했습니다. 계속 보좌 신부로 다니면서 또 새롭게 시작하려니 지겹다는 것입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고 “그럴 수 있겠구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제총회 때 2년씩 보좌 3곳을 거치면 무조건 주임을 발령을 내자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보좌의 눈과 주임의 눈은 다릅니다. 지시하는 사람과 지시를 받는 사람의 위치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을 지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모든 것을 살펴야지요. 주임이 되어 나간 신부가 본당을 짓기도 하고 수리도 하며 새로운 형태의 사목을 계발해 내기도 합니다. 책임자가 된 것이지요. 조금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난여름 인사에서 7년차 신부가 정확하게 본당 주임을 발령 받았습니다.

   먼저 본당 생활을 마감하면서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또 다시 본당을 맡아 나갈 것인가? 아니면 협력사목으로(보좌) 나갈 것인가? 지난 본당에서 저의 사목 생활은 지난 30년의 사목 생활이 정리되고 종합되는 참으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다음 본당에 가서 그만큼 하지 못한다면 그곳 신자들에게 미안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체력의 저하와 기억력의 감퇴가 있습니다. 또 신자들이 어떤 제안을 하면 ‘내가 전에 해 봤는데’라며 거부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내가 주동이 되어 본당의 행사를 치렀습니다.

또 지구장으로서 지구 신부들을 데리고 겨울에는 스키장에 3박 4일, 여름에는 스쿠버 다이빙을 가기도 했습니다. 신부로 사는 데에 대한 기쁨을 일으키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지구장을 하면서는 신부들이 사제 연수로 며칠 가자고 제안하면, 잠자리가 불편하니까 당일치기로 갔다 오자고 역제안을 합니다. 그때도 생각했습니다. “아. 이 지구장의 역할도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하겠구나!”

   교구가 출범하고 본당 수는 적은데 사제의 숫자는 많아서 교구는 공동사목을 시도했습니다. 전에 화정동에 있을 때는 5명이 함께한 적도 있습니다.

공동 사목은 교회법적인 용어로는 ‘연대 책임 사목’(교회법 517조 1항)입니다. 지금 교구가 실시하는 협력 사목은 사실은 보좌의 발령입니다(교회법 545조 1항: 본당 사목구 주임에게 한 명이나 여러 명의 본당 사목구 보좌들을 배속시킬 수 있다. 그들은 본당 사목구 주임의 협력자들로서 주임의 염려에 동참하고, 주임과 더불어 공동 협의와 연구로써 주임의 권위 아래 사목 교역에 근무하여야 한다).

교구는 여러 시도 끝에 첫 주임을 마친 사제를 다시 부주임으로 본당에 협력 사목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당연히 나이 많은 주임 밑에 나이가 적은 협력 사제를 발령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불만이 많았습니다. 왜 첫 주임을 거친 자신들만 또 다시 협력 사목으로 나가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주교님께서 협력사목 사제와 함께하는 주임 신부들을 모으셨을 때, 주임 신부들 대부분이 우리 선배들도 협력 사제로 발령을 내시라고 건의했습니다. 교구장님이 발령을 내시면 살아야 하는 것은 우리 사제들의 몫이라고. 그랬더니 후배 신부들의 반응이 선배들을 협력으로 모시고 사느니, 차라리 자신들이 협력으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서품이 빠르다고 주임을 꿰차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방법을 찾다보면 길이 보이겠지요.

   ‘야훼 이레, 주님의 산에서 마련된다’(창세 22,14)고 하셨습니다. 오늘까지 모든 것을 주님께서 손수 마련하셨으니 앞으로도 마련해 주시겠지요. 당신 옆구리에서 쏟으신 물과 피로 생겨난 교회가 아니겠습니까?

교회의 주인이신 성령께서 잘 인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김현배 신부 / 의정부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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