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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명절 여행 ... (김동희 신부 / 의정부교구)
   기쁨과희망   2016-03-08 14:19:52 , 조회 : 484 , 추천 : 81


지난해인 2015년도 추석 명절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명절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사제인 저를 포함하여 3남 1녀인 형제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 예약해 두었던 펜션이나 콘도에서 1박 2일이나 2박 3일을 보내며 가볍게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고 놀고 하다가 차례를 대신하여 가족미사를 봉헌합니다. 형제 가운데 사제가 하나 있으니 누리는 호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형제들과 또 장성해가는 조카들과 함께 가족미사를 드리면 참 좋습니다. 가족의 끈끈함과 더불어 미사의 은혜로움을 깊이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명절 때에는 공익근무를 시작한 조카 하나가 미사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눈을 찡긋하더군요.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가족적인 사제는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라는 신학교 교육을 그런대로 충실히 잘 받았으니 사제 서품을 받으면서 출가한다 생각하였지요. 부모님을 포함하여 세속의 가정사 모든 일들은 형제들에게 맡기고, 자녀요 형제이기는 하되 늘 어느 정도의 거리를 필수적으로 두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보좌 신부로 첫 본당에 나갔을 때 주일미사를 하던 중 신자들 틈에 끼어 미사를 드리는 어머니를 발견했습니다. 미사 후에 신자들과 인사를 다 나눈 후 어머니께 찬바람을 일으키며 말씀드렸지요. “어머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오시지 마세요. 꼭 오고 싶으시면 미리 전화주세요.”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첫 본당을 마치고 로마로 유학을 갔을 때입니다. 유학 전에는 서품 동창 신부들 통틀어 휴대폰 없는 두 명의 신부 가운데 하나였던 제가 휴대폰을 구입했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해외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하고픈 부모님을 위해 그것이 좋다는 어느 선배 신부님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었습니다. 국내에, 같은 서울이라는 도시에 있을 때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모님과 나누던 전화통화를 해외에서 매주일 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나 방학을 맞아 여행을 하다가도 예쁜 엽서가 보이면 그것을 사서 부모님께 손 글씨로 짧은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계실 때에는 당연히 잘 지내시겠거니 생각하였다가 먼 거리 떨어져 살아가다 보니 더 애틋해진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가족들 안에 일어난 일이니 소상히 밝힐 일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도 온 가족이 함께하기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억지로 함께 만나도 속이 편치 않아 만남 후에는 몸도 마음도 병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최근의 명절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짐스럽게 하지 말고, 또 원망하지도 말고 그때그때 가능한 가족들이 여행 삼아 편하게 떠나 명절을 명절답게 행복하게 보내자는 취지였지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번의 명절 여행을 마쳤습니다. 가까운 이들과, 부모형제와 원망하지 않고 사랑하기가 이다지도 힘들다는 것을, 그래도 미움과 원망이 아닌 사랑의 길뿐이라는 것을 절절이 배워가고 있습니다.

(김동희 신부 /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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