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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농사’, 예수님의 마음을 닮는 길...(이동훈 신부 / 원주교구)
   기쁨과희망   2016-07-11 14:22:34 , 조회 : 375 , 추천 : 69


사제서품 성구를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5)로 정했기에 6월 예수성심성월은 언제나 나의 사제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19년 차 사제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나는 스스로의 약속을 얼마나 지키고 살고 있는가?

바오로 사도가 간파한 예수님의 마음은 한 마디로 ‘겸손’이다. 바오로 사도는 신자들에게 겸손하게 살 것을 권고하면서(필리 2,3), 그 모범으로 예수님의 겸손한 마음을 칭송하는 이른바 그리스도 찬가를 노래한다(필리 2,6-11). “예수님은 하느님과 같이 높으신 분이셨지만 자신을 비우시어 우리와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고, 당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 순종하신” 최고의 겸손함을 지니신 분이시다. 예수님은 그것도 모자라 인간의 몸에서 더욱 자신을 낮추어 빵과 포도주의 형상에 자신을 내려놓으시고, 우리에게 밥으로 먹혀 우리를 기르시니 그분의 마음(성심)은 겸손 그 자체이시다.

예수님은 당신 스스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마태 11,28)고 하셨다. 온유함도 어쩌면 겸손함에서 나오는 한 성품일 것이다. 자신을 낮추어 남의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을 때 온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대지를 적시고 뭍 생명을 살리듯이, 단단한 바위도 그 부드러운 몸결로 수십 수 백 년을 보듬어 마침내 부드럽게 만들어 놓듯이, 예수님의 온유함은 그렇게 느리고 실패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살리며 종국엔 승리한다. 그러니 그분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을 모두 받아들여 그들을 살리시는 것이다.

인간(Human)이 흙(HUMUS)으로부터 창조되었다(창세 2,7)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겸손(Humility)한 마음을 닮을 때 비로소 인간의 참 존재가 실현된다는 뜻이 아닐까? 창세기 저자는 인간은 땅처럼 가장 낮은 자리에 있어 모든 것에 밟히지만, 모든 것을 품어 기르고 생명을 싹틔우며 지탱해 주는 사명을 부여 받고 세상에 창조되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렇게 흙처럼 겸손하게, 흙처럼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라고 예수님은 매일의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시며 갈망하신다.

옛날 말로 강산(江山)이 두 번 정도 변할 시간동안 사제생활을 하면서 성체성사를 거행해온 나는 그런 예수님의 마음으로 얼마나 많이 변해있는가? 양심의 거울에 비추어 본 내 모습에서  예수님의 마음은 보기가 힘들다. 사실 사제라는 신분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분이기에 대접받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교만과 독선과 아집에 쉽게 휩쓸려간 적이 너무도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 때문에 존경받으면서 예수님의 마음과는 정반대의 마음으로 살았던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3년 째 살고 있다. 한 여름 뙤약볕에서 밭일을 하고 돌아오면서, 문 앞에 놓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농사를 짓느라 맨발로 땅을 밟으며 흙투성이가 된 내 모습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는 것을 보면, 농사야 말로 예수님의 마음을 닮는 가장 좋은 수행의 길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이동훈 신부 / 원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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