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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아버지와 딸이 함께했던 기도 시간...(김혜연(헬레나) / 햇살사목센터 봉사자)
   기쁨과희망   2016-08-10 11:00:45 , 조회 : 438 , 추천 : 69


“딸의 나눔을 제가 이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갑자기 어떤 아버님께서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제가 매달 봉사를 하고 있는, 젊은이와 함께하는 떼제 기도 모임에서의 일입니다. 모임에 오던 중 부녀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냉랭한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노래로 기도하는 시간이 지나고 하느님과의 가까운 만남으로 초대되는 침묵 시간, 이때 아버지가 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딸은 그 손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풀렸다고 고백했습니다. 반면, 아버지는 용기를 내서 손을 쓱 내밀었는데, 다행히 ‘딸이 씩 웃어 주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날 사소한 일에 크게 상처 받고, 그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청소년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런 사춘기 소녀에게 다가갈 방법을 몰랐을 아빠를 생각했습니다. 마침기도를 하면서 그때의 아빠를 예수님의 마음으로 조금 더 이해하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전례헌장 10항에서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라고 말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례와 모든 체험이 구체적인 삶 속에서 다시 실현되어야 함을 의미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의 경험이 일상의 어느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특히 마음의 부침이 심한 청소년·청년 시기에는 하느님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삶은 교회뿐 아니라, 가정, 학교, 일터에서 매일 반복됩니다. 특히, 아직 독립하지 않은 청년·청소년들은 그들이 속한 가정과 절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 청소년 시절 체험의 대부분은 어른 세대와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접점이라고는, 선배 언니와 오빠들로 이루어진 대학생 교사회에게 교리 수업을 받고, 자모회에서 간식을 제공 받거나, 혹은 어른 사목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준비한 본당 체육행사에 참여하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신앙의 선배로 교회 안에서 중심이 되어 실천하고 있는 또래 선배, 어머니, 아버지와 전례에 참여해 하느님을 함께 체험하고 그 경험과 느낌을 진지하게 나누거나, 동등한 교회 구성원의 입장에서 생각을 나눌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성당에서 경험한 어른 세대와의 단절은 학교·가정과 다를 바 없었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더디게 자라던 만큼 하느님과의 관계도 지지부진했습니다.  

몇 년 전, 가톨릭청년사목양성 연수 ‘에파타’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묵직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청년인 우리에게 ‘사목의 기초’를 강의했고, 사도로서 교회공동체 활성화 의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교회구성원으로서는 여전히 받는 존재, ‘객’으로만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했습니다. 청년인 우리도 교회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하자, 어떤 활동이나 프로그램에 단순히 참여하여 일시적인 기쁨을 얻는 것뿐 아니라, 그 안에서 하느님이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계시는지 그 지속적인 움직임에 동참하고 싶어졌습니다. 복음은 학교 수업처럼 어른이 아이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 전 체험한 것처럼 한 청소년이 아빠를, 이미 성인이 되었다고 믿는 청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교회 안에서 긴 시간 머문 덕에 제 신앙이 야무지게 익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직 덜 성숙하고 여전히 교회 안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음에도 제 몫의 사도직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런 열매가 청소년과 청년, 어른이 함께 교회의 여러 사목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무르익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혜연(헬레나) / 햇살사목센터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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