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이대로 좋은가...


   

익숙해짐 ... (국일호 신부 / 대전교구 대사동성당)
   기쁨과희망   2017-04-28 10:30:44 , 조회 : 282 , 추천 : 44



사제로 서품을 받고 첫 부임지로 발령을 받은 것도 어느덧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낮선 환경에 내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고 있다.

새로운 공동체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적응이 좀 되셨어요?”라는 질문이었다. 적응하는 것이 그만큼 우선되어야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당당하게 금방 적응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경험과, 초보자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더해져서 금방 이 공동체에 녹아들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적응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냥 살아도 천천히 적응은 할 수 있다. 새로 만난 공동체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듯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공동체의 신자 분들이 먼저 잘 대해주시고, 받아들여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처음에 어디로 가야 뭐가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길도 친숙하게 느껴지고, 어디 멀리 갔다가 돌아오면 집에 돌아온 것처럼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마치 오랜 기간 걸어 다녔던 길처럼 별 생각 없이도 잘 다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득 나에게 익숙해진 것이 몇 가지 더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집중해서 미사를 봉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별다른 마음 없이 미사를 봉헌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고해실에 앉아서 하느님의 일을 함에 있어서 나약한 내 존재가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일을 생각하면서 앉아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강론을 하면서 신자 분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을 부끄러워했지만, 지금은 나의 삶을 성찰하지 않아도 별 느낌 없이 강론을 할 수 있다.

익숙함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다.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익숙함이 우리 삶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되게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또한 처음의 그 마음. 하느님께로 계속해서 향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나에게 찾아온 익숙함이 하느님께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 길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사제의 길을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한 경험도 많이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 길에 익숙해지더라도 나의 마음마저 익숙해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 너와 함께하리니 두려워하지 마라”(이사 41,10)라고 말씀해주신 하느님과 함께 이 길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나아가리라 다짐해본다.


국일호 신부 / 대전교구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