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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나무 숲이 울창한 성당을 만들고서… (이재천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7-06-13 11:19:41 , 조회 : 256 , 추천 : 55



10여 년 전에 제물포성당에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품격이 고고한 소나무와 주목나무, 성당 벽을 타고 내려오는 수세미, 개구리 왕눈이가 우산으로 쓰던 토란, 다양하고 예쁜 조롱박 터널, 한 쪽 길에 죽 늘어선 황금보리밭, 이름도 모르는 아주 예쁜 꽃들… 성당을 들어서는데 마치 동화에나 나올 법한 숲속에 있는 작고 예쁜 성에 들어온 착각이 들었다. 수많은 나무와 꽃이 주는 생명력과 아름다움… 이 성당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성당에 들어가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나는 성당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황상근 신부님께 조경공사를 부탁드렸다. 먼저 칙칙하고 어두운 등나무를 없앴다. 그것만으로도 성당 마당이 훨씬 밝아졌다. 마당 가운데 자리하고 있으면서 마당의 대부분 차지하고 있던 성모동산을 성당 벽으로 붙였다. 성모동산을 옮기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신자들의 신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모동산을 옮기면서 소나무와 큰 사철나무로 성당의 붉은 벽을 대부분 가릴 수 있었다. 단풍나무와 백일홍, 꽃나무로 성모동산을 예쁘게 꾸며놓으니까 신자들이 반발을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좋아했다.

오래된 시멘트벽돌로 만들어진 벽을 허물었다. 대신에 소나무와 측백나무, 주목나무로 벽을 만들었다. 콘크리트 벽돌 대신에 나무들로 벽을 세우니 성당은 온통 초록으로 뒤덮였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초록색 나무들로 차단되니까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성당 주변의 유흥업소의 현란한 불빛들을 키 큰 소나무로 가렸다. 밤마다 성당 안마당이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번쩍였는데, 소나무가 그 불빛들을 막아주었다.

성당 밖에서 성당 안이 보일 듯 말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어 신비롭게 느껴졌다. 성당의 벽에 심어진 나무 사이로 성당 안마당이 약간씩 보일 듯 말 듯하게 가려졌다. 정문도 성인키 높이의 나무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마찬가지로 성당 마당이 보일 듯 말 듯하게 적당한 차단과 공개가 어우러지게 하였다. 세상의 번잡함 속에 지친 사람들이 성당을 안락한 피난처로, 안식처로 찾는다. 나무로 성당과 세상을 약간 막아주면서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분들은 성당의 담을 허물고 아무것도 막지 않은 채 성당을 열어놓는다. 도시의 소음과 행인들의 무심한 시선들이 여과 없이 성당 안으로 들어온다. 성당에 와도 성당 밖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회가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지만, 사실은 성당에 들어와도 시끄러운 세상과 차단되지도 않기에 별로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한다. 안정감이 없고, 신비감이 떨어진다.

10년이 지난 지금, 용현동 성당은 처음 심었을 때보다 더 아름답다. 그동안 나무들이 자리를 잘 잡았다.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용현동 성당의 푸르름이 지금 사목하고 있는 서창동 성당에도 조경공사를 해야겠다는 신념을 굳히게 했다.

서창동 성당은 5월 중순 헌당식을 앞두고 있다. 신축성당의 마무리로 황 신부님께 조경공사를 부탁드렸다. 성당 마당이 동네 공원과 붙어있어서 좋은 위치에 있다. 이곳 역시도 울창한 소나무와 주목 등으로 성당 주위를 에워 쌓다. 하얀색의 성모님이 잘 안보였는데 주목나무와 소나무로 꾸미면서 성모동산은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주변의 빌라들을 가리고 마당과 붙어있는 동네 공원과 잘 어울리도록 나무를 심었다. 조경석을 기초로 삼아 자연적인 느낌을 내도록 노력했다.

예쁜 나무를 심는 것은 아무리 싸게 구입한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나무가 주는 아름다움과 생명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정서적인 보답을 갚아주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가장 소중히 여기시는 하느님을 믿고 전하는 우리 신앙과도 부합한다고 믿는다.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 속의 성당은 어쩌면 종교적인 거룩함에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더하여 준다고 생각한다.


이재천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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