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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나만 몰랐던 사실 (김영욱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7-06-13 11:28:23 , 조회 : 385 , 추천 : 67



올해 보좌신부를 받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축하인사를 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보좌신부와 서로 역할을 분담했고 미사 주례와 강론도 한 주일씩 당번을 정해 나누었습니다. 저는 강론 시간이 평균 20분 정도 됩니다. 신자들이 기왕 마음을 내어 성당에 왔는데 강론도 좀 길게 하고 성가도 3절까지 다 부릅니다. 그런데 보좌신부는 강론이 10분 안팎입니다. 평일미사는 30분 주일미사는 40분 정도면 끝납니다.

어느 날 주일미사 공지사항을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물었습니다. “젊은 신부님이라 강론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준비해 일찍 끝났네요. 빨리 끝나니까 좋지요?” 그런데 어쩜 하나같이 “예, 너무 좋아요~~”라고 싱글벙글 웃으며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저는 순간 살짝 당황했습니다. “뭐시라? 좋다고??? 그럼 나는 뭐야! 게다가 미사가 일찍 끝나 공지사항 시간에 복음내용을 보충했는데…” 길게 하는 것이 신자들을 위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성당에 조용히 앉아 있는데 문득 어느 건물 화장실에 쓰여 있는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너에 대해 너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안다.” 나름 강론 잘 한다고 우쭐했는데 나만 그런 줄 알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미사 끝나고 마당에서 신자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신자들은 “신부님, 목소리 너무 좋아요”라고 이야기 했지 강론이 좋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보좌신부와 청년들의 술자리에 함께 할 일이 있었습니다. 적당한 시간에 돈 내주고 일어나야 했는데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니 이 또한 주책이었네요.

신자들을 위한다면서 했던 일방통행식의 의사결정, 동료 사제들에 대한 건방진 판단들, 교회를 위한답시고 목소리 높였던 것들…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 생각은 하지 않고나만 잘났다고 나만 편하자고 합리화시켰던 일이었습니다. 남들이 얼마나 가소롭게 여겼을까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전임 대통령이 나는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고 착각했던 것이나 내가 잘하고 있는데 신자들이 몰라준다고 했던 것이나 똑같은 일이었습니다. 부끄러울 뿐입니다.

나에 대해 스스로 알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때로는 남이 말을 해 주어야 아는 것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 저의 이런 못난 점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을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인내심을 주시길 청해봅니다.

사제라는 직분을 떠나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하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교구 선배신부님 중 한 분은 연말이 되면 신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스스로 평가를 받으셨다는데 나도 배워야겠습니다. 마음속에서 이런 성경 말씀이 들려옵니다.

“오늘 주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거든 너의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시편 95,7-8 참조).


김영욱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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