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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좋은가...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베델’ (정병철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18-07-09 11:32:05 , 조회 : 20 , 추천 : 6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베델’
지금-여기서 새로운 세상을 여는 정신장애인 공동체 마을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할 때 정신장애가 있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한 자매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가난에 위계가 있다면 이분이 가장 최상위입니다. 저는 그 자매를 도울 방법을 찾다가 일본 홋카이도 작은 마을 ‘베델’이라는 곳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정신장애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마을 주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산다고 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은 방치되거나 병원에 수용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인데 어떻게 정신장애인들이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살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베델’ 정신장애인 공동체를 방문하였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의 천국 ‘베델’은 일본 홋카이도 지방에 있습니다. 해변을 끼고 자리 잡은 작고 소박한 마을입니다. 그곳에는 정신장애인 수십 명이 마을 주민들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삽니다. 일부는 독립가구로 일부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베델’ 정신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증상을 질병으로 혹은 낙인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갖고 있지 않는 특별한 능력으로 보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곳 ‘베델’인들 중 어떤 이들은 자신의 증상이 해소되면 어쩌나 걱정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정신장애로 인해 ‘베델’의 삶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면의 한계가 있어 ‘베델’의 역사와 설립배경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그곳에서의 경험 몇 가지만 나누겠습니다. ‘베델’인들은 다시마를 말려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협동조합 형태입니다. 이 협동조합은 출근 횟수 또는 작업 양과 상관없이 수익을 똑같이 배분합니다. 회원 중 몇 명은 거의 매일 작업에 빠지는데 결근한 회원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벌칙은 조합원들이 그 회원 집에 찾아가 함께 노는 것입니다. 내일은 꼭 출근하라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 회원에게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하고 말해줍니다.

이곳 ‘베델’ 가족 중에는 알코올이나 도박중독자들도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술을 끊고 도박을 멈추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과 도박을 하는 것은 관계의 결핍이 주는 불안과 우울 때문인데 베델 공동체가 보여주는 무조건적인 수용과 존중은 그런 병리적인 삶을 벗어던지게 합니다.

조현병 증상인 환청과 환시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존재를 온전히 수용 받았을 때 환청과 환시로 도피하거나 숨을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진솔한 분위기에서만 인간은 성장하고 타인에게 개방적이며, 치유와 해방적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본 ‘베델’인들은 모두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이 있었습니다. 안전하고 수용적인 환경에서 인간은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활짝 피우고 열매 맺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베델’이 가진 치유의 힘은 회원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끝까지 믿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하는 진솔한 한마디입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증상의 수준만 다르지 다들 마음의 병을 지니고 삽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소외나 거부 같은 관계의 상처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는 가까운 이웃들 손잡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는 한마디 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정병철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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