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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사제 피정은 8일 피정으로 (서춘배 신부 / 의정부 교구)
   기쁨과희망   2017-11-07 11:10:41 , 조회 : 119 , 추천 : 51



의정부교구 사제 연례 4차 피정에 다녀왔습니다. 4차 피정은 앞서서 시행 된 3차례 피정과는 달리 8일 피정이었습니다. 강론과 교우들 없는 주일이 왠지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평안했습니다. 부담 없이 지도신부님의 강의를 듣고 뒷산을 거닐고 정말 잘 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교우들 속에서 이 저런 요청을 받으며 동분서주하는 주일이 벌써 그리워집니다.
의무방어전 강론이 아니라 이제는 제대로 묵상하고 준비해서 맛있는 양식으로 내 놓는 강론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서울교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교구들은 사제 연례 피정 일정을 짧게 잡습니다. 4박5일 하는 교구도 있고 하여튼 주일을 넘기지 않는 일정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주일을 끼고 하는 사제 연례 피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피정(避靜)의 본래적인 의미에서 볼 때 그렇습니다. 주일 강론 등 번잡한 사목일정에서 한 번의 주일이지만 떠나는 것입니다. 거리를 두고 보면 더 잘 보입니다.

자신의 사목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쉬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한국교회 사제들이 일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렇다면 꼭 쉬는 것이 필요합니다. 창세기에 보면 창조는 엿샛날이 아니라 이렛날에 이루어집니다. 그날을 거룩하게 하시고 복을 내리셨다고 거듭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하느님이 쉬셨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창세 2,3). 이렛날에 하느님의 창조가 완성되었다면 우리 역시 잘 쉬는 가운데 우리의 사목은 완성될 것입니다.

“사제들을 잘 먹여 기름기가 돌게 하고 내 백성은 좋은 것을 먹여 배부르게 하리라”(예레 31,14). 예언자를 시켜 하느님이 들려주시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대신해서 주교님의 말씀으로 듣고 싶습니다. 사제들의 건강과 백성들의 평안은 육신만이 아닐 것입니다. 육신건강만이 아니라 영신건강을 챙기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피정 일정이 짧아진 연유를 생각해봅니다. 피정 중에 본당 미사집전 등의 이유로 외출이 잦아지자 아예 피정기간을 주 중으로만 잡은 것 같습니다. 주일을 건너뛰면서 까지 일 년에 한 번 하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여긴다면 사제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입니다. 본당미사를 집전할 사제를 찾지 못한다면 공소예절도 좋을 것입니다. 교우들도 미사와 사제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제들이 휴가도 주일을 끼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일종의 부재의 사목입니다. 정말 사목의 주인은 성령이시고 교우들 역시 단순히 사제가 먹여주는 수동적인 존재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손님신부가 와서 미사를 한다면 교우들 입장에서 생소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엄마가 해주는 집 밥이 영양가 있는 최고의 음식이지만 가끔 외식은 색다른 맛으로 즐겁습니다. 안식년 시행도 사제들에게 넘치는 특권이지만 그만큼 효과를 내는 좋은 제도일 것입니다.


서춘배 신부 / 의정부 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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