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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농사(農事) - 원성소(原聖召)에 대한 응답 <이동훈(프란치스코) 신부/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전담>
   기쁨과희망   2019-07-02 11:59:14 , 조회 : 65 , 추천 : 6




한국 천주교회는 매년 7월 한여름의 3번째 주일을 농민들을 위해 기도하는 농민주일로 지낸다. 농민들이 가장 힘들고 수고로울 때가 아마도 가장 덥고 일이 많은 여름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데에는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지만, 정작 그 과일과 채소와 동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이들의 건강이나 안전, 그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우리는 신앙 공동체이기에 농업과 농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경제나 정치뿐 아니라 먼저 성경의 진리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원리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농사는 창조 이야기에서부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하느님께서는 그가 만든 모든 것을 보시고 “참 좋았다”(창세 1,31)고 하셨다.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창조 계획을 계속하도록 부름을 받은 이들이며, 창조와 밀접하게 일하므로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이들이다.

성경 전체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공의가 통치 할(2베드 3,12; 묵시 21,1 참조) “새 하늘과 새 땅”(이사 65,17)에 대한 항구한 비전을 듣는다.
구약은 우리에게 그 땅을 돌보고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라고 한다. 안식년 전통이 그 하나의 예이다. “일곱 해째 되는 해는 땅을 위한 안식의 해, 곧 주님의 안식년이다. 너희는 밭에 씨를 뿌려서도 안 되고 포도원을 가꾸어서도 안 된다”(레위 25,4).

하느님은 모세에게 땅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식량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땅이 안식년을 가질 때, 모든 농산물은 너희뿐만 아니라 너와 함께 사는 고용인들과 세입자들도 똑같이 양식이 될 것이다”(레위 25,6).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에 대해 자주 경고하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먹이고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라고 말씀하셨다. 최후의 심판 이야기에서 예수님은 우리 삶의 근본적인 척도 중 하나는 우리가 내 이웃의 궁핍한 사람들을 어떻게 돌보았는가가 될 것을 상기시켜준다. “내가 굶주렸을 때 너희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마태 25,35).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인간에게 당신을 대신하여 창조물들을 다스리도록 인간을 당신의 모상으로 창조하셨다(창세 1,26-28 참조).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하느님을 대신한 지구 자원의 청지기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402 참조).

이는 최초의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으로 원죄(原罪) 이전에 부여된 인간의 원초적인 소명, 즉 원성소(原聖召)라 할 수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지상의 청지기이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주어진 영적 은총의 청지기이다. 특별히 땅과 함께, 땅의 생명을 다루는 농부들은 청지기직을 가장 훌륭히 수행하는 자로서, 하느님께 자신을 의지하는 삶이 더욱더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야고보 성인의 편지에 묘사된 농부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야고보는 농부를 주님과 그분의 길 앞에서 언제나 참을성 있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땅의 귀한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그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립니다”(야고 5,7).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봉사와 겸손의 정신으로 자신의 가족, 이웃(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하느님께 헌신한다면 농부의 삶은 더없이 신성한 삶이 될 것이다.


<이동훈(프란치스코) 신부/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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