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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탈리타쿰! 캄보디아’ <이범석(시몬 베드로)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캄보디아 지부)>
   기쁨과희망   2019-10-08 16:51:49 , 조회 : 21 , 추천 : 0




사제로 서품된 후, 캄보디아의 ‘옷 만드는 선교사’로 살아온 지 어느덧 8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캄보디아는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경쟁하듯 들어선 높은 빌딩 덕분에 화려한 야경이 생겼고, 처음에는 쉬이 구하기 어렵던 음식이나 물품들도 이제는 대형마트를 통해 손쉽게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 많은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사립학교의 등장입니다. 물론 전에도 1년 수업료만 2만 달러가 넘는, 상류층을 위한 사립학교가 몇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등장한 사립학교들은 1년 수업료가 1,000달러 미만이면서도 외국인 영어교사, 실험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수업 등, 일반 공립학교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고품질 교육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사립학교 덕분에 캄보디아 국민의 계층이 눈에 띄게 세분되었습니다. 이른바 중산층의 등장입니다.

기존의 캄보디아 중산층은 그 기준이 모호했습니다. 다들 비슷비슷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통일화된 공립 교복을 입었고, 매일 먹는 음식도 비슷했으며 거주 환경도 대부분이 고만고만했습니다. 하지만, 자녀교육에 관심을 두는 부모들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고급 교육을 제공하는 사립학교도 등장하고, 그에 맞는 문화도 보급되고 있습니다. 각 학교의 개성에 맞춘 교복, 학교의 급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영양 상태,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개인 방까지. 전에는 TV 드라마에서만 보던 생활방식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캄보디아의 변화를 보면서 저희 같은 선교사는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우리와 함께 얼굴 맞대며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캄보디아의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캄보디아의 가난한 청소년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부모들의 세대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캄보디아 가난한 청소년들은 그런 꿈조차 꾸지 않습니다.

100명 중 8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중학교조차 졸업하지 못 하는 현실, 어린 나이에 식당이나 공장 등에서 일을 시작하며, 어른들의 변명과 거짓말을 먼저 배우는 캄보디아 가난한 청소년들의 현실을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캄보디아 문화를 보면, 지금의 청소년들이 곧 부모가 될 것이고, 그들이 느꼈던 절망을 다시 자녀들에게 대물림하게 될 겁니다. 그게 가난입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가장 이유가 바로 절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중산층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합니다. 기존의 부모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의식의 변화입니다. 그 변화가 꿈꾸는 캄보디아를 향한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캄보디아 가난한 청소년들을 향해 ‘엄마, 아빠처럼 살지마’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세워주고 싶어서입니다. 그 울림이 메아리가 되어서 절망에 놓여있는 그들에게 일어서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들에게 외치는 저의 외침은 ‘탈리타쿰! 캄보디아’입니다.


<이범석(시몬 베드로)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캄보디아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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