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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 <김영수(헨리코) 신부 / 전주교구>
   기쁨과희망   2020-03-04 13:08:26 , 조회 : 77 , 추천 : 4




지금 세상은 바이러스가 전염시킨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모두가 힘든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이 엄중한 시간들을 잘 이겨내기 위해 결정한 격리와 중단의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멈추어 선 세상이 마치 신앙의 박해시대를 사는 듯합니다.
미사와 신앙 활동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지만 성지에는 여느 때보다도 많은 신자들이 침묵 속에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저립니다. 박해시대에 신앙의 선조들은 죽기 전에 미사성제에 참례하여 성체를 모시는 일이 가장 간절한 소망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 사제들도 죽음의 위협 속에서 미사성제를 고대하는 교우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애태웠을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됩니다. 모든 사제들은 지금 비록 매일 혼자서 미사를 바치지만 고통받는 세상과 교우들을 위해 더욱 절실히 기도하며 모든 성인의 통공 속에 신자들의 기도와 함께하고 있기에 위안을 삼습니다.

사람의 됨됨이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드러납니다. 모든 것이 만만하고 아쉬울 것이 없을 때에는 인심도 넉넉하고 사는 모습도 여유롭습니다. 그러나 추악한 인간성을 지닌 사람은 생존을 위협받는 시련이 닥치면 인간의 품위 따위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골몰합니다. 이 엄중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흉악한 상술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혐오와 분열을 부추겨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려는 어리석은 이들의 선동이 난무합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그랬거니와 지금도 짐승처럼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발버둥 치며 참된 삶의 길에서 멀어지고 맙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목숨을 걸었던 일에 대해 굳건한 믿음을 간직할 줄 아는 사람은 어려운 순간에 그 고귀함이 드러납니다. 숨은 영웅들은 그렇게 등장합니다. 전염병이 한창인 현장으로 달려가는 의료진들, 희망의 메시지로 서로를 위로하며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은 어둠의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태워 희망의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바쳐 인간이 간직해야 할 고귀함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겪어내는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향기는 멀리까지 퍼져 나가 세상을 지켜내고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생존만을 위해 발버둥 치지 않고 참된 삶을 위해 죽음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아직도 살만합니다.

『내 나이 열다섯 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먼저 나는 가장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 나의 삶>



<김영수(헨리코) 신부 / 전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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