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밀밭사이를 지나며..


   

“이젠 종교에서 영성으로” <길희성 교수 대담 중에서>
   기쁨과희망   2020-05-08 10:10:23 , 조회 : 20 , 추천 : 2




길희성(77)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예일대 신학부에서 석사,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미국, 서울대,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지금은 강화도에서 고전과 경전을 연구하고 있다. 그 교수를 찾아 백성호(<중앙일보> 기자)가 대담한 내용을 발췌하였다.

Q. 종교에서 영성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A. “지금 서구 사회의 종교를 보라. 유럽의 교회당이 박물관이나 음악당처럼 되어버렸고, 심지어 예배를 볼 때는 교회 안이 텅텅 빈다.”

Q. 그들이 외면하는 종교란 어떤 건가
A. “종교는 본래 제도나 조직을 위해 생겨난 게 아니다. 사람들의 목마름, 사람들의 근원적인 갈망을 채워주기 위해 생겨났다. 그게 영성이다. 예수도 그랬고, 붓다도 그랬다. 영성에 중심을 두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종교에서 영성이 빠져버렸다. 그 자리에 종교의 제도와 조직이 대신했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진정한 기독교인은 아무도 없다. 예수밖에 없다’며 이를 비판했다.”

길 교수는 “그러니 사람들이 종교를 외면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서구는 벌써부터 탈근대, 탈종교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역사의 뒤편으로 이미 넘어간 ‘제도 종교의 시대’가 이상하게 한국에서만 성업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Q. 한국에서 성업 중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나는 그게 ‘기복주의 신앙’ 때문이라고 본다. 기독교도 불교도 모두 복을 달라고 빌지 않나. 복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무엇을 복으로 생각하는가에 있다. 예수님과 부처님이 오늘날 그들의 이름으로 성업 중인 종교를 본다면 기가 막히지 않겠나. 예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복이 있다고 했다. 요즘은 교회에서 누구도 “마음의 가난”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찌됐든 지구촌에서 제도종교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Q. 그렇다면 첫 단추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에게 왜 종교가 필요한가
A. “이 물음에 심리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이라고 답했다.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동물들은 DNA(유전자)에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대로 산다. 동물들은 인간처럼 고민하지 않는다. 우울증도 없다. 내가 강화도에서 살다보니 집 주위에 고라니를 종종 본다. 고라니는 우물쭈물하는 게 없다. 방황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냥 먹이를 쫓아간다. 그런 고라니를 한참 보고 있으면, 고민이 없으니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은 다르니까, 항상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니까.”

Q. 인간은 왜 헤맬 수밖에 없나
A. “자신이 죽는다는 걸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나. 그게 동물과 인간의 큰 차이점이다. 죽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면 어떻겠나.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억울하고, 부자는 부자대로 억울한 거다. 그 많은 재산을 두고 가려니 얼마나 억울하겠나. 자신의 죽음을 아는 인간은 결국은 참된 행복에 대한 갈망을 품게 된다. 이것이 종교이고 영성이다.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에 답하기 위함이다.”

길 교수는 “인간은 종교를 벗어나 살 수 있지만 영성 없이는 못 산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내가 왜 여기 있나, 그 이유가 뭔가, 온갖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이러한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게 영성이다. 그래서 영성은 종교의 핵심이자 존재 이유다. 기복 신앙은 세속적 복락을 추구한다. 세속적 복락은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길희성 교수 대담 중에서>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