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밀밭사이를 지나며..


   

코로나19 그리고 성령 <유 영(스테파노) 신부 / 전주교구>
   기쁨과희망   2020-07-09 14:29:33 , 조회 : 24 , 추천 : 0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한낱 미물에 의해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이 작은 파동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저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를 생활화했다. 사람들로 차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한산해졌고 갈수록 증가하던 해외여행객들도 감소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어 대기오염이 감소했고, 인도에서조차 스모그가 걷혀 저 멀리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을 삼십 년 만에 육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경제위기를 발생시켜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했으며, 한편으로는 생태계의 신음을 달래는 주요한 역할도 했다. 이렇듯 코로나19는 인류의 생활패턴을 변화시킴으로써, 덩달아 생태계를 비롯한 지구 공동체 전체의 ‘총체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한편 인류 전체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던 또 하나의 사건을 떠올려본다. 이천 년 전 오순절에 있었던 ‘성령 강림.’ ‘성령’.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든, 손에 잡히지 않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존재이시기에, 현미경으로라도 파악할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존재. 하지만 그 영향력은 코로나19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의 엄청난 파급을 보였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 뿔뿔이 흩어졌고, 스승의 부활을 목격했음에도 문을 닫아걸고 옴짝달싹하지 않던 그 제자들이, 성령 강림 이후에는 정반대의 인물들이 되었다. 성령께서는 목숨을 부지하기에 급급했던 제자들로 하여금, 복음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게 될 정도로의 열정을 불태우게끔 그들을 변화시켰다. 이천 년 전에 존재했던 유다인 사형수를 두고 ‘우리의 주님’이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된 것도, 매일미사 중에 축성되어 오시는 하얀 밀떡의 형상을 두고 주님의 몸이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된 것도, 성령의 도우심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와도 같은 케이스 역시 머지않아 닥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인류의 현 생활패턴을 완전히 변화시키지 않으면 대처가 안 될 정도로의 절박한 상황이 또 다시 야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보였다. 그렇지만 바이러스가 보여준 파급력 그 이상의 힘을 지니신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바이러스들이 판치는 순간이 온다 할지라도, 우리 신앙인이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성령이시다. 우리의 육신을 죽이는 거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성령께 두려움과 경외의 마음을 갖는 것이 우리 신앙인이 가져야 할 자세이다(루카 12,4 참조).

시도 때도 없이 매스컴에 보도되는 코로나19의 요란함과는 다르게, 성령께서는 은밀하고도 고요히 활동하신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고 집중을 받는 것처럼, 성령의 영향력은 코로나19의 영향력에 비해 세상의 시선에 그리 잘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령께서는 늘 겸손되이 우리와 함께하시고 또 모든 피조물 안에서 당신만의 방법으로 활동하신다. 다음의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번잡한 세상 안에 고요히 그러나 강렬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성령의 움직임에 귀 기울여본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요한 14,17).


<유 영(스테파노) 신부 / 전주교구>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