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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봉헌(奉獻)의 의미를 살려서… 정진호 신부 / 서울대교구
   기쁨과희망   2016-02-15 10:03:07 , 조회 : 361 , 추천 : 72


오늘 주님 봉헌 축일을 지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축성(consecratio)의 의미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봉헌과 축성의 뜻을 갖는 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했더니 하느님께서 그를 모든 민족들의 계시의 빛으로 축성하셔서 인류 구원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봉헌생활 하는 이들이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했더니 주님께서 그들의 봉헌을 받아들이시고 그들의 교회를 축성하셨습니다. 또한 성령의 이끄심으로 교회 공동체 안으로 불림을 받은 하느님 백성들이 부활하신 주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더니 주님께서 크리스마(축성) 성유로 성별(聖別)하여 주시고 ‘그리스도의 빛’으로 살게 해 주셨습니다.

이 의미들을 묵상하면서 주님 봉헌 축일 때마다 경험하였던 부자연스런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신부님 올해는 초를 얼마씩 봉헌 받을까요?’ ‘신부님 올해는 초를 얼마나 살까요?’ ‘신부님 이 초를 어디다 두고 축성할까요?’ ‘신부님 미사가 끝나고 어디서 팔까요?’ 주님 봉헌 축일에 일어나는 보통의 일상들입니다. 주님 봉헌 축일을 맞이하여 1년 동안 제대에 쓸 초를 신자들로부터 봉헌을 받는데 얼마를 받아야 적당한지, 그리고 1년 동안 제대에 쓸 초를 어느 정도 사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을 축성해서 신자들에게 어떻게 팔아야 좋은 지 등이 주님 봉헌 축일에 신경 써야 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대개는 안 그러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12월이 되면 그 다음해에 제대에 필요한 제대초와 제대꽃을 봉헌받습니다. 제대초는 한 주당 0만원, 제대꽃은 00만원입니다. 1년 중 신자들이 각자 기념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날 제대초나 제대꽃을 봉헌합니다.

그러면 이 신자의 봉헌으로 제대가 1주일 동안(토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꾸며집니다. 그러고 나서 봉헌한 신자에게 제대에 봉헌된 초 2자루를 드립니다. 이 봉헌된 초로 가정에서는 기도할 때마다 사용하는 것입니다.

주보에는 매주 이렇게 나옵니다.

연중 제4주일 제대봉헌
제 대 초 :  김태호 토마스 아퀴나스
제 대 꽃 :  이지수 데레사

그리고 오늘 주님 봉헌 축일에는 초를 미리 구입한 신자들이 부활초에서 촛불을 댕겨 빛이신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세례 때의 촛불을 상기하면서 초 축성 예절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축성(consecratio)의 의미를 강론하였습니다. 스스로 만족스런 전례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끔 실용적인 것에 가려져서 본래의 의미들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음을 반성합니다. 내 신앙의 삶이 형식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전례 안에서도 체험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생긴 생명력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리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정진호 신부 /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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