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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청년들이 교회에 바라는 것... (천진아(미카엘라) / 햇살사목센터 연구원)
   기쁨과희망   2016-05-04 16:48:03 , 조회 : 400 , 추천 : 85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미사 참례하는 청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 마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혹시 청년이세요?”라는 말입니다. 기도가 필요해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 찾아간 성당에서 괜히 자신을 ‘일꾼’으로 붙잡을까봐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 온 듯한 청년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또래 청년이나 신부님, 수녀님의 마음은 용기를 내어 왔을 그 청년이 마음 붙이고 계속해서 주일미사에 나올 수 있길 바라는 초대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초대의 한 마디가 이미 많은 청년들에게 아무런 의도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환대가 아닌 부담스러운 권유로 여겨지는 현실이 참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미국교회의 청년사목 계획서인 ‘빛의 자녀들’(Sons and Daughters of the Light)은 청년들의 관심사이자 수행해야 할 발달 과업으로 직업, 자아 정체감 확립, 관계, 영성생활의 4가지 영역을 제시하고 교회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은 교회의 지원과 관심 아래 또래 청년들과 친교를 맺고, 자신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삶과 신앙에 대해 나누기를 바랍니다. 청년들이 성당에 왔을 때, 활동에 대한 부담 없이 서로를 열어 보이고 관계를 맺으며 신앙공동체와 만날 수 있는 장이 먼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무악재성당에서 코디네이터로 재직할 당시 본당신부님께서 이와 같은 사목적 의도에 따라 청년들을 위한 ‘15분 다과회’라는 시간을 열어주셨습니다.

준비한 것은 먹을거리와 나눌 거리, 단 두 가지였습니다. 차와 간단한 먹을거리는 수녀님과 청소년분과에서 준비해주셨고, 몇몇 청년 리더들은 미사가 끝난 후 청년미사에 참여한 20-30대의 청년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이 자리에 초대했습니다. 그렇게 초대받은 청년들은 식사 전 기도로 간단히 시작한 후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음식을 먹으면서 ‘가고 싶은 여행지’, ‘최근에 본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감’ 등의 이야깃거리를 바탕으로 서로를 소개했습니다. 그렇게 관계를 맺고 나면 저는 다음 미사와 다과회에 스스로 서로를 초대할 수 있도록 연락처를 주고받게 하고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음식을 어느 정도 먹은 후에는 모두가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서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함께 다과회에 온 느낌을 한마디씩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떼제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나면 15분 다과회는 끝입니다.

때로는 15분을 넘을 때도 있지만 새로 나오기 시작한 청년들은 좋은 사람들과 부담 없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 다시 공동체에 마음을 열고 투신하고 싶은 열망을 채워갈 때까지 억지로 초대하기보다 기다려준다는 점에서 이 시간에 참여하는 것을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 안에서 관계를 맺은 기존의 활동 청년들과 함께 청년단체 활동에도 함께 하고 싶어 했습니다. 15분 다과회를 통해 모인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신앙생활을 심화할 수 있도록 기존의 직무만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청년 단체 모임도 복음 나눔과 기도가 있는 시간으로 바꾸었습니다. 교회공동체의 기본 요소인 활동과 말씀이 잘 자리 잡고 나니 청년들은 단체 활동에 대해 부담스럽고 힘든 시간으로 여기기보다 자신의 삶과 신앙을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본당의 청년 공동체는 활성화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활력이 늘 잘 유지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학업과 취업, 연애와 결혼 등의 문제로 청년들의 삶은 늘 유동적이었고 그때마다 청년공동체의 활력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5분 다과회를 실행하고 청년 공동체를 매번 새로 재정비하며 제가 체험한 것은 활동하는 청년들이 공동체로부터 힘을 얻고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활성화되어 매력적으로 보이는 청년공동체가 아니라 자신을 환대해주는 공동체, 자신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라는 것이었습니다.

청년들을 사목하는 일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많은 신부님, 수녀님들로부터 듣곤 합니다. 그러나 청년들을 교회공동체의 소중한 신앙의 후배로 여기는 어른들의 관심 속에서 많은 청년들은 시류의 부정성을 거스르고 절망스럽게만 보이는 자신의 상황을 뛰어넘는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의 청년을 향한 교회의 노력을 하느님께서 그의 삶 안에서 열매맺어주시리라는 것을 믿으며 저는 오늘도 귀와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의 청년을 기다립니다.

(천진아(미카엘라) / 햇살사목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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