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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가난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 (이범석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기쁨과희망   2017-04-28 10:31:30 , 조회 : 429 , 추천 : 70



“신부님, 선교사로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 뭐에요?”

가끔 우리 재봉 공방을 찾는 손님들이 묻는 질문입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까맣게 탄 얼굴로 원단을 자르고, 다림질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드나 봅니다. 물론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덥고 뜨겁고 후덥지근한 날씨, 다른 가치관의 사람들. 그런데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들은 사실 전혀 어려움이 되지 못 합니다. 그런 것들은 적응의 문제이니까요. 정작 저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다름 아닌 ‘가난’입니다. 가난을 눈앞에 두고 살아가는 일. 그것이 저를 참 힘겹게 해요.

우리 재봉 공방을 졸업한 학생 중 쌈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열 명의 남매 중 다섯째로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부잣집 식모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중간 중간 엄마, 아빠와 살고 싶어 도망친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먹을 것도 없는 가족을 보면서 다시 식모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이십 년을 살다가 우리 공방에 와서 꿈을 키우던 친구였습니다. 졸업을 하고, 두 평 남짓의 자기 가게를 시작하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겨 찾아가 보았더니, 병이 들어 초췌한 얼굴로 그 가게에 누워 있었습니다. 약을 사느라 지원해주었던 미싱과 오바로크도 팔아버렸습니다. 백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기를 안고 연락 못 드려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쌈 앞에서 이를 악물고 웃어주었습니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을 멈추지 못 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가난을 벗어나게 해줄 해결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재봉 공방의 가난한 학생들을 바라보며 때로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들이 돌아갈 가난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제게 주어진 선교 사제로서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 순간 그 분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그렇게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포하는 당신의 사명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비록 저는 예수님에 비해 너무나 작은 사람이지만, 옷을 만들며 꿈꾸는 사람들의 행복을 선언하는 저의 사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됩니다. 가난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일은 분명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 가난이 저를 열심히 살아가게 합니다. 저는 가난을 살아가며 예수님의 기쁨을 선포하는 선교 사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범석 신부 / 한국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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