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밀밭사이를 지나며..


   

직장, 말씀이 살아나는 곳!... (조성호 신부 / 의정부교구)
   기쁨과희망   2017-08-07 13:48:20 , 조회 : 207 , 추천 : 44



폭염주의보, 폭염 경보…. 차 앞 유리에 매달아 놓은 내비게이션마저 그만 좀 괴롭히라며 데모하듯 바닥에 나뒹구는 시간, 어김없이 보따리 싸들고 경찰서로 직장으로 미사를 다닙니다. 매일 에어컨이 땀 흘릴 정도로 달리고 달리다보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도 가끔 들지만, 점심시간 쪼개가며 미사를 드리러 오는 교우들을 생각하면 나는 너무도 편하게 신앙생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행복한 자책도 하게 됩니다.

“신부님, ○○계장이 세례 받고 싶다는데요?” 모 경찰서 회장님이 제게 귀띔합니다. “그래요? 뭐 저는 쉽게 세례 안 줍니다.” 한 번 튕겨보니 ○○계장이 진짜 제게 와서 인사하며 세례 얘기를 꺼냅니다. “신부님, 제가 왜 세례 받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아 글쎄, 저 사람(회장님)이 경신실을 혼자서 땀 흘리며 걸레질 하고 있는 겁니다. 직급도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 안 시키고 혼자 청소하고 있는데, 예수 믿으면 저런가 하고 세례 얘길 꺼낸 겁니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갑질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가 있다니….

“신부님, 죄송합니다. 과에 회식이 있어서요. 먼저 가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그분들의 모습에, 도리어 제가 죄송해 ‘어서가라’고 합니다. 힘겨운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회식이 있으면서도, 멀리서 신부님이 오시는데 어찌 미사를 궐하느냐며 미사참례를 하고선 ‘미안하다’고 죄송해합니다. 칭찬받아야 할 사람들이 미안해하는 모습에 도리어 죄송해지면서도 저의 얼굴엔 기쁜 미소가 띠어집니다.

무엇이 이분들을 그토록 열심하게 만든 것일까요? 고작 1시간 남짓하는 점심시간을 쪼개 미사를 드리고, 남들이 남긴 부스러기로 식사를 하는 이들은 무엇이 즐거워 행복해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것일까요? 일과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하루 종일 시달리기에 투덜거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데, 기도하겠다고 미사를 찾는 이들은 ‘누가’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도 신앙인들이 줄어간다 말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그렇지만, 저는 그 수가 문제가 아니며 여전히 좋은 씨가 잘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세상은 신앙생활하기에 척박해져가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나의 씨는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몇 배가 될지 모르지만 잘 자라고 있음을 봅니다. 그래서 그 ‘자람’에 매일 감사하며 놀랄 준비를 하고 살아갑니다.

임신한 교우가 있습니다. 제가 매일 강론을 교우들 밴드에 올려주는데, ‘겨자씨의 비유’를 강론하며 끝맺음을 ‘오늘은 얼마나 자라날까요?’라고 물었더니 이런 글로 댓글 했습니다.

“태아가 5개월이 넘으면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악을 들려주고, 책을 읽어 주고 말을 걸어 주면 뇌 발달에 무척 좋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어요. 요즘 신부님께서 매일 올리시는 강론을 소리 내서 읽어 주고 있는데, 오늘 마지막 부분의 ‘나는 오늘 얼마나 자라날까요?’ 그 질문을 받으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0.2㎜ 크기의 수정란이 열 달 뒤에는 50cm정도의 아기로 태어나서 1-2m 가까운 키로 자라잖아요. 1-1.5㎜의 겨자씨가 2-3m 높이로 자라는 것과 비교하자면 사람도 하늘나라의 비유에 견줄 수 있겠다싶어요. 그리고 하늘나라/예수님/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에 대한 비유로 이해해 보자면, 매일매일 강론을 정성스럽게 내어 주시는 신부님을 통해 교우 분들도 주님의 말씀에 깃들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겨자씨보다 더 자란 이 답글에, 저도 오늘 덩달아 자라납니다.


(조성호 신부 / 의정부교구)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