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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농부이신 하느님 (서북원 신부 / 수원 교구)
   기쁨과희망   2017-12-08 11:25:32 , 조회 : 275 , 추천 : 85



올해로 사제생활 만 25년. 94년부터 한국천주교회가 범 교회 차원에서 시작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한지도 23년이 되어가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결과로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을 전면 개방하니 쌀만큼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하에 시작한 운동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보좌 끝 무렵에 교구 운영위원장으로 이 운동에 함께 하며 첫 부임지인 사강 농촌본당을 2년 마치고 나머지 도시에서 잠깐 2년 사회복지법인 담당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로 힘들어 하는 농민들을 위해 나름대로 함께 한 시간이었다.

이 운동을 하면서 먹을거리의 중요성 더 나아가 생명의 가치를 위해 사업이 아닌 운동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사실 이 운동을 하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우선,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제들의 몰이해였다.

물론 이 지면을 통해 사제들을 뭐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구의 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고 이제는 마쳐야 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평신도들의 적극적이지 못함을 얘기하고 싶다. 교회의 하느님 백성으로서 평신도 한국 교회는 올해 평신도주일부터 내년 평신도주일까지 평신도 희년을 선포하였다. 한국평협 50주년을 맞이해서다.

희년을 맞이하며 정말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대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평신도의 위상을 스스로 평신도들이 찾았으면 좋겠다. 교회구성원의 일원으로 평신도 역할에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주인의식을 가지며 교회에 임했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주교회의가 시작한 이 운동에서 말이다.

사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사제로 활동하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정말 땀 흘려 열심히 유기농으로 지은 농산물이 판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을 볼 때이다.

생명농업을 어렵게 실천하고 있는 농민들의 농산물을 도시의 생활공동체에 속해 있는 신자들이 소비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다. 한 때 규모 있는 도시의 본당에 있었을 때는 나름대로 신자들과 함께 연대해서 노력하며 힘을 낸 적도 있었지만 항상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성을 갖고 이 운동에 함께 한다면 사실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그래서 지금 이 곳에서는 매장을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만들 계획은 없다. 매장이 없어도 본당의 주일학교 학생들 간식부터 시작해서 본당 행사 한 달에 한번 국수잔치, 김장 등 모든 것들을 생명농업실천위원회에서 받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교구 운영위원장직을 내놓았지만 교구 내 가톨릭농민회 분회하고는 직거래를 통해 농산물을 나눌 것이다. 이곳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보다 내가 주도적으로 이 운동을 하기보다는 정말로 평신도들이 주인이 되어 하게끔 하려고 한다. 혹 내가 떠나도 문제없이 이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말이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 스스로 평신도들이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하신 예수님 말씀처럼 농부이신 하느님과 함께 이 땅에서 묵묵히 생명의 일꾼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농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도록 우리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이 운동에 매진하기를 주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서북원 신부 / 수원 교구 하안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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