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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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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4.1]"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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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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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4 15:21:45 , 조회 :
2,741 , 추천 :
4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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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그만하면 넉넉하다. 자, 때가 왔다."(마르 14, 41)
2003년 주님의 수난주일 복음 말씀의 한 구절입니다. 바로 겟세마니에서 엎드려 기도하시던 주님께서 제자들이 있는 곳에 세번째로 오시어 졸고 있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주님은 당신이 공포와 번민에 휩싸인 채 그 괴로운 마음을 함께 나눌 동반자로 세 명의 제자들을 초대하시어 깨어 있기를 권하셨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고 성서는 전합니다. 바로 수난을 맞이하는 주님께서 짊어지신 공포와 번민의 십자가도 그들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사순 시기의 말미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봅니다. 공포와 번민 그리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찾고 있는 수많은 예수,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외면한 채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길을 애써 가고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의 거대한 물결이 우리의 주변을 휘감고, 불신과 미움의 폭풍우가 매순간의 숨을 거칠어지게 하는 요즈음 과연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공동체인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내게 닥친 일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용납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넉넉함, 그 관용의 깊이를 어느 누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무관심과 현실주의의 약삭빠름에 몸을 가리운 우리의 지혜로움은 그 자체로 노벨상 감이요 기네스북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하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짊어질 때 비로소 그 '구원의 때'를 깨달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그리스도인 형제 자매님, 저는 간곡히 여러분과 소망을 함께 나누어봅니다. 참으로 간절히 평화가 임하기를 함께 소망해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의 어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오늘이지만 용서와 화해를 희망해 봅니다. 참으로 무기력하게만 느껴지는 평화를 향한 꿈을 오늘밤도 억지로라도 꾸어보겠습니다. 이러한 절망스러운 순간임에도,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그 시간에 이미 전쟁의 비극이 우리 눈과 귀를 가득 채우고 있으리라는 미래상을 인정하면서도 저는 주님의 말씀에 희망을 걸겠습니다.
'나' 또한 '내가 속해 있는 집단'만이 온전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는 놀라운 입심도 느껴집니다. 바로 그 곳에서 저는 예언자 이사야의 꿈을 재현하렵니다.
"늑대가 어린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수염소와 함께 딩굴며, 아기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이사 11,6).
평화를 사랑하는 님,
'나의 꿈', '내 가족의 소중한 꿈'만이라도 우선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지극히 아름다운 그러나 그만큼 어리석은 우리의 우물속 생활을 과감히 박차고 일어설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딛고선 이 지구는 결코 둘일 수 없고, 우리가 숨쉬고 바라다보는 이곳 한반도의 창공은 아메리카 그 어디에 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우리의 삶 속에서 'NO WAR!'를 외치지 않을 그 때 - 참된 부활의 때를 향해 우리의 두발로 달려갑시다.
"그만하면 넉넉하다. 자, 때가 왔다."
<최부식·사도요한 신부 / 서울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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