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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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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시편36,10)<이윤옥 엘리사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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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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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1:40:07 , 조회 :
2,177 , 추천 :
4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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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오늘 음악회를 위해 톤즈 브라스밴드 아이들이 양평 성모 기사회 수도원에 도착한단다. 마치 성서에 나오는 등불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처녀들처럼 마음이 몹시 설렌다. 궁금한 것 많은 요즘 세상에 이 아이들이 견딜 수 없이 궁금하다. 한데 잠깐 일하느라 분주 한 사이, 아이들이 이미 도착했다. 가을 늦은 오후 볕에 아이들의 얼굴이 반짝인다. 그 먼 길을 돌아 처음으로 하는 세계여행에도 그다지 지친 기색이 없다.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도, 그냥 친숙하게 느껴지고 일가친척을 만난 듯 기쁘고 즐겁다. 그리고 이어서 이태석 신부님 어머니 그리고 형제, 자매들과 톤즈 아이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을 마치 자식의 분신인양 한 사람, 한사람 보듬어 주는 가족들의 손길을 뒤에서 보는데 코끝이 찡했다.
나는 이번에 두 번째로 이태석 신부님 추모 음악회의 대본 작업을 맡았다. ‘울지마 톤즈’를 보고 마음에 깊은 울림을 느꼈을 무렵, 성서모임에서 만난 자매로부터 신부님 친필 서명이 앞에 적혀 있는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책을 선물 받았다. 책 속의 첫 페이지에 신부님께서 직접 쓰신 ‘하느님은 정말 사랑이십니다’라는 글이 있었다. 처음 음악회 대본을 준비할 때 나는 이 고운 필체로 씌여진 이 성서 구절을 보고 또 새겼다. 책 속의 소제목 가운데 ‘함께 아파하고 먼저 안아주기’라는 구절이 있다. 그분은 그렇게 사셨다. 처음 음악회에 참여할 때는 그분에 대한 열망과 사랑을 담아 대본을 적어 나갔다. 이번에 두 번째 참여할 때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또 한 권의 책이 주어졌다.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는 책. 이태석 신부님이 직접 쓴 책에는 열악한 그곳 환경에서 엄청난 사랑과 감사를 느끼는 신부님의 모습이 나타났지만, 다른 이의 관점으로 씌여진 그 책에는 진짜 열악하기 그지없는 아프리카의 상황이 낱낱이 드러난다. 이태석 신부님이 아주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걸어 온 믿음의 바탕이 얼마나 큰 힘으로 작용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떻게 하면 신부님을 음악회에 온 사람들에게 잘 말해줄 수 있나’를 몇날 며칠을 고민한다. 그러다 결국 알게 된 것은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많지 않다는 자괴감. 다시 신부님이 쓴 책을 보다가 코드를 발견한다. ‘겸손’ 가장 욕심 없이 사신 분을 말하려 하면서 더 없이 욕심에 사로 잡혀 있는 나를 본다. 멋지게 미사여구를 휘감으려 하고, 그런 멋진 말들로 남들의 관심을 모으려 하는 나를 본다. 나는 신부님께 ‘저에게도 겸손을 가르쳐 주세요. 어떻게 하면 음악회에 온 분들이 많은 감동을 안고 돌아갈까요? 쉽지가 않네요. 도와주세요, 신부님’ 하고 빌어본다. 결국 미루고, 망설이다 꿈처럼 대본이 완성된다.
음악회가 시작되면 나는 복잡한 주말 결혼식장 혼주처럼, 반은 넋이 나간다. 왜냐하면 총괄 제작을 맡은 자매를 도와 인간 무전기(?)가 되어 무대의 사회자와 출연자들에게 수시로 말을 전달하러 뛰어야 하기 때문에, 음악회를 감상할 처지는 못 된다. 그렇지만 신부님께서 이 음악회를 굽어본다면 발장단과 손뼉으로 화답하리라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울지마 톤즈’ 영화 감상문 쓰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여고생 윤주, 수줍게 음악회 첫 순서로 감상문을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눈물을 터뜨린다. 톤즈 아이들의 아리랑과 고향의 봄 연주, 제대로 악기 튜닝이 되지 않았지만 열정만큼은 최고. 바쁜 스케줄 틈에도 재능을 기부해 준 ‘자전거 탄 풍경’, 신부님과 함께 암 투병을 했지만 ‘강남 스타일’ 말춤으로 건강함을 뽐낸 ‘쫄리 암족’, 그들 모두 안에서 이태석 신부님은 빛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그 빛을 나는 보았다, 이번 음악회에서.
<이윤옥 엘리사벳/서울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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