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
|
 |
 |
 |
 |
자연 속에서 만나는 기적<김학배 안젤로신부> |
 |
 |
|
기쁨과희망
|
2013-08-06 17:02:46 , 조회 :
2,429 , 추천 :
352 |
|
|
|
|
“내 삶의 반은 사목, 그리고 반은 자연 안에서 산다. 신자들을 만나고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하고 원하는 이들과의 면담까지…. 그러다 시간이 빌 때는 괭이와 호미와 삽을 들고 밭으로 나간다.
농약 한 방울 들이지 않고 농사를 하는지가 벌써 세 해가 되었다. 농사가 되겠느냐는 사람들의 염려를 뒤로 한 채 경험도 많지 않으면서 내 방식대로 자연과 벌레들과 더불어 살았다. 의지는 좋았지만 그만큼 일도 많았다. 돌아서면 자라는 풀들, 방문자들의 어깨에 예고도 없이 기어 다녀 놀라게 하는 벌레들, 과일은 익기도 전에 떨어지고, 이러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면서도 올해도 고집을 부렸다.
자연을 향한 기다림은 결국 나에게 작은 기적들로 되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많아진 벌레들은 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온갖 종류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하고, 더불어 살려는 우리의 마음을 읽은 새들이 우리 눈과 손이 닿는 자리에 둥지를 틀기까지 한다. 땅에 힘이 생겨 농작물들은 병충해를 이겨내고, 벌레들은 천적들에 의해 수가 제한되고, 이제 이곳은 사람과 동물들, 벌레들까지 더불어 사는 공간이 되었다. 며칠 전 방문자는 마당을 돌며 낙원에 온 것 같다며 행복해 한다. 낙원을 만드는 조력자인 나는 요즘 흘리는 땀이 행복하고 우리 공간 안에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욱 행복하다.
더불어 살고자 하니 벌레들까지 기적을 일으킨다.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아름다운 세상, 늘 행복하기만 해야 하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 인간들만이 더불어 살길 거부하고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일부 경영자들의 부정과 이기심으로 생업에서 쫓겨나는 노동자들, 그 삶이 너무 힘겨워 스물네 명이 목숨을 끊어도 내가 불편하지 않으면 외면하는 우리들, 정치가들의 힘의 논리에 죽음의 고통을 고스란히 당하고 스러지는 북녘 땅의 민초들, 중산층이라는 구호 아래 상대적인 빈곤과 가정의 몰락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 아이들, 이런 이들을 우선 선택하고 함께 해야 함에도 자기 편의에 젖어 침묵하는 교회들….
사실 요즘 본당마다 성경 공부반이 성행하고, 신학 공부를 하는 평신도들도 많아지고, 신학교는 교구마다 있어 신학자들도 많아지고, 시성시복 작업들로 앞으로 성인들 숫자도 다른 나라 교회 부럽지 않게 많아지고 있는데, 왜 난 이런 우리 교회에서 희망이 보이질 않을까?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이 찾아오기 어려운 교회, 장애인들과 병든 이들이 배려 받지 못하는 교회,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안주하는 교회, 그게 과연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교회인가. 혹시 우리 신앙을 부끄럽게도 그리스도의 뜻과 삶이 다른 사이비 종교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이런 때 나는 주님 앞에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게 된다. 신앙인이라면 내가 좀 불편하고, 내가 좀 땀을 흘려도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하느님의 세상을 만드는 삶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 삶을 온 몸으로 보여 주신 예수님, 그런 예수님을 믿고 실천하며 세상 속에서 증거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김학배안젤로신부/춘천교구겟세마니피정의집>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