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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후원회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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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우리는 팥죽을 쑨다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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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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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8:12:31 , 조회 :
1,717 ,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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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며 오천 중무장 경찰 병력이 쿵쿵거리며 달려갔다. 그것도 동짓날을 골라서! 가장 짙은 어둠이 깔리는 날이니 최상의 택일이었다.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타인의 주거를 덮치던 기세는 사납고 당당했다. 평소 빈틈없어 보이던 현관문은 경찰용 해머 한 방에 박살나고 말았다. 명색이 중앙일간지의 본사이기도 한데 그만 처참한 몰골이 되고 말았다. 달랑 체포영장 하나가 그렇게 무서울 줄이야. 찍고 부수고 들어가서는 엉뚱한 사람들을 마구 잡아갔다. 대충 봐도 건조물 침입, 재산권 침해, 기물손괴, 통행의 자유방해 등 범법 사항이 수두룩한데 그렇다고 벌을 받을 것 같지 않다. 엄연한 국가폭력이지만 공무집행이었다고 둘러댈 게 뻔하거니와 사실 그 일을 꾸며 놓고 숨어서 보고를 받는 못된 자들은 따로 있으니 말이다.
연말에다 성탄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서 더욱 심란했다. 그리고 슬펐다. 어째서 탈선에 탈선을 거듭하는가. ‘유종지미’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시작이 서툴고 과정이 사뭇 부실했어도, 마침에 정성이 깃들어 있으면 “결국 좋았다!”고 평가해 줄 정도로 민심은 본래 너그럽다. 아낌없이 내주고 또 헤아려 주는 그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고 짓밟기만 하다니 이만저만한 작심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본색을 들킨 때문인지 애써 변명하지도 굳이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 되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만인의 축복을 받아도 모자랄 판인데 자꾸만 이러니 점점 불쌍해진다. 나라가 병들고 있다. 종당에는 권력자 자신이 불행해질 것이다. 새해에는 부디 회심하도록 축복한다.
좁은 땅이라 어깨 비비고 살면서도 제주해군기지의 ‘강정’, 고압송전철탑 ‘밀양’, 쌍용차 해고노동자 ‘평택’의 사연은 솔직히 먼 나라 남의 이야기였다. 마음이야 쓰리고 아팠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느덧 나의 차례가 다가온 것인지 뉴스로만 듣고 보던 이른바 고공농성이 지금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노동자 두 명이 옥천읍 옥각리 25m 홍보용 철탑 위에 올라가 있다. 불의한 경영진과 그들을 싸고도는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부당한 처사를 꾸짖고 있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굉음에다 광고탑이 수시로 흔들리는 바람에 멀미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새우잠조차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좁고 아찔한 데서 꼼짝 못하다보니 다리는 새처럼 얇아졌다. 벌써 세 달이 가깝다. 지난 성탄은 그래서 미안하고 불편했다.
새해다. 엄동설한인데도 희망의 표징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다. 작년 이맘 때만해도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은 국정원의 프로들이 익명의 거짓댓글들을 지어내고 있었지만, 올 겨울에는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자기 이름을 걸고 ‘안녕 대자보’를 써내려가고 있다. 기진맥진하던 청춘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동짓날 춥고 어두웠지만 우리라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뜨거운 팥죽을 나눠 먹으며 잡귀 몰아낼 힘을 길렀다. 그 날로부터 당장 오늘부터 밤이 줄어들었다. 이게 그저 뜻 없이 돌고 도는 자연의 주기이기만 할까.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들은 붙들리지 않았다! 임금 헤로데가 칼을 들고 날뛰었을 때도 끝내 거룩한 아기는 무사했다. 반전은 항상 겨울에 벌어진다. 그러므로 기대하시라. 신년 개봉박두!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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