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이겨내는 코로나 <이영우 토마스 신부 / 기쁨과사목연구원 운영위원장>
   gaspi   2021-12-07 22:04:17 , 조회 : 409 , 추천 : 94


가난한 이들과 함께 이겨내는 코로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시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함께 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코로나 시국, 그간 교회문을 꼭꼭 닫아걸고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 것이 교회 역할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고통스럽고 힘들어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교회와 저 자신은 무기력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에 대학동 고시촌으로 와서 독거중장년들과 함께하면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원룸을 얻고, <참소중한...>을 열었습니다. 서울대 고시촌은 젊은 고시생들로 넘쳐나던 곳입니다. 고시가 폐지되어 고시생들이 떠난 빈자리에 돈 없고 병들고, 가족과 헤어진 독거중장년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싼 방값과 먹거리를 찾아 들어온 이들입니다. 그들에겐 식사와 사회적 고립이 제일 힘듭니다. 고시원에서는 라면 하나 끓여 먹기 어렵고, 돈이 없어 매번 음식을 사 먹기도 힘듭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운영하는 ‘해피인’에서 일주일에 3번 도시락 나눔을 하면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옵니다. 그분들이 <참소중한...>의 고객입니다. 독거중장년 남자들은 세상에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실패와 좌절, 삶에 대한 자책으로 늘 숨어 지내려 합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제대로 도움을 받지도 못합니다. 대학동에 어린이집, 청소년센터, 노인정은 있지만 독거중장년을 위한 센터는 없습니다. 그만큼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그들 역시 자신의 소리와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소중한...> 쉼터는 자존감이 무너진 분들이 서로 대화하고, 먹고 마시고 쉬면서 ‘참소중한’ 나와 너와 우리를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한번은 기증 들어온 고구마를 삶아서 함께 먹었습니다. 다음날 한 형제가 쉼터 문을 열자마자 들어와서 고구마가 너무 맛있어서 고구마 생각에 잠을 못 잤다고 합니다. 남은 고구마를 다시 삶아 주었더니 너무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고구마를 삶아 두는데, 인기가 좋습니다. 어떤 형제는 쉼터에 오자마자 냉장고를 열고 빵을 꺼내서 먹는데 상당한 양이었습니다. 이틀을 굶었다 합니다. 맛있게 빵을 먹는 모습에 안타까움과 흐뭇함이 교차합니다. 고시촌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다는 분은 쉼터에 오니 라면도 다양하고 파와 계란도 있고 원두커피도 마실 수 있어 너무 호강한다며 종종 와도 되냐고 묻습니다. 온종일 말 한마디 할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 여기에서 눈치 안 보고 편히 쉬고 이야기하고 힘을 얻어 가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주민자치모임인 소행모 회원들이 서울시의 마을관리사업 프로젝트에 선정이 되어 주거환경과 골목환경, 주민공동체, 주민건강을 위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을청소부터 김장하기, 음식 만들고 나눠 먹기, 각종 강의 등으로 쉼터가 활기 넘칩니다. 이렇게 투명인간처럼 살았던 중장년들이 서로 만나, 일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을 찾아가고 주민모임이 활성화되어 함께 어울리며 사는 재밌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몸도 좀 아프고, 가진 것은 없는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함께 어울리며 먹고 놀면서 삶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발전을 위한, 그들을 사회의 완전한 일원이 될 수 있게 하는 하느님의 도구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가난한 이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온유하고 주의 깊은 사람이 되어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18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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