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
|
 |
 |
 |
 |
인디고, 담배 이야기 |
 |
 |
|
한상봉(이시도로)
|
2006-01-24 15:28:43 , 조회 :
3,383 , 추천 :
473 |
|
|
|
|
인디고, 담배 이야기
‘아직’ 담배를 끊지 못했다. 사람은 무엇인가 중독적인 측면이 있을 때, 궁할 때 빠져나갈 마음의 틈이 있음을 알고 비로소 안심하는 모양이다. 부부싸움을 하거나, 마음을 신산스럽게 만드는 일을 당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어떤 이들은 사소한 빌미라도 생기면 술을 마시고, 나 같이 술 못 하는 사람은 담배를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게 중독적이기 때문에 엄정한 현실을 생생하게 맞이하려는 눈을 흐리게 만드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건강에도 해롭지만, 우선 신체적 측면은 접어두기로 하자.
사람이란 심리학적으로 ‘중간대상’을 필요로 한다고 위니캇이란 심리학자가 말한 바 있다. 중간대상이란 어린애가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그 엄마의 자리를 대신 채워줄 만한 이미지를 가진 심리적 대체물을 말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부드러운 옷가지나 담요를 내내 끌고 다니고, 나중엔 놀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중간영역을 확장한다.
종교에 심취하는 것도 이러한 모성(母性)을 환기시키는 중간현상이라고 위니캇은 말한다. 그곳에서야 남녀노소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중간대상에 대한 집착이 중독적이라면,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마음속의 어린애가 신체적 어른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걸 유아기적 고착이라고 부른다.
이야기를 종교현상으로 옮겨놓으면, 참 재미있는 결론이 나온다. 아이들은 세상에 오직 자기 엄마밖에 모른다. 자녀들이 어릴수록 그 부모 역시 자기 자식밖에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점차 다른 집 엄마를 알게 되고, 다른 자식들도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런데 커서도 제 것에만 눈을 밝히는 것은 미숙한 어른의 모습이다.
나 역시 모태신앙이었고, 가톨릭교회(서학 西學)는 나의 분명하고 유일한 어머니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눈이 밝아지면서 어머니의 자비로운 흔적을 붓다의 모습에서도 보고, 동학(東學) 가운데서도 찾는다. 관세음보살 속에서 성모 마리아의 품을 헤아리고, 노자(老子)를 읽으며 하느님을 뜻을 가늠한다. 내 엄마만, 내 종교만 고집한다는 것은 사실 나를 낳은 엄마를 사랑하는 길이 아니며, 내 영혼을 낳은 하느님을 섬기는 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엄마와 내 하느님은 내가 세상에 내어 더 크고 높고 깊게 성장할 것을 원하신다. 그분이 하늘을 펼치시듯 우리 마음을 펼치고, 이 세상 온갖 좋은 것들이 다 그분이 지으신 것임을 믿는 게 신앙이다.
그 이름 때문에라도 내가 즐겨 피우는 담배가 있다. ‘인디고’(Indigo), 2,500원짜리 국산담배다. 뭔가 아는 사람이 디자인한 담배갑 같다. 인디고란 지혜를 여는 ‘제3의 눈’을 뜻하는 말인데, 색채로는 짙푸른 남색이다. 이 담배갑엔 ‘키샤’라는 거대한 새 이야기가 나온다. 새벽 하늘을 날아다닐 때는 인디고 빛으로, 석양 무렵에는 붉은 빛을 띤다는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한다. 깃털의 색깔이 바뀐다고 새의 본질(진리)이 바뀌는 것은 아닐테니까. 오히려 아름다울 테니까.<한상봉·이시도로/예술심리치료사>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