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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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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농 딸기 팝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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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베로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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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11:13:04 , 조회 :
3,219 , 추천 :
4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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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 서 있던 딸기 트럭에는 “무기농 딸기 팝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무기농(?)이면 제초제, 살균제, 생장조정제 등의 무기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써서 지은 농산물이라는 뜻이 되니
아마도 무농약이나 유기농이라는 뜻으로 쓴 것 같다.
굳이 이런 말을 쓸리 없고, 어쨌든 이런 혼란이 있을 만큼 이제 유기농산물은
좋은 상품임을 보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유기농산물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해 얘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기농산물을 먹는 일이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고,
유기농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리 유별나게 구느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상업적인 동기만으로 유기농에 뛰어드는 농가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기농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마음 한편이 찜찜하다.
찜찜함 하나! 유기농산물을 먹는 일만으로 우리 땅과 농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
10년 전에는 유기농 쌀을 먹어주기만 해도 우리 땅이 살아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수입 유기농산물 앞에서 이 소박한 믿음은 무너졌다.
수입 유기농산물이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농업이나 땅을 살리는 일에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찜찜함 둘! 예전에는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다 우리 농산물을 먹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 있는 사람은 건강에 좋고 안전한 유기농산물을 먹고
없는 사람은 값싼 중국산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닌지
마음이 불편하다. 고소득층을 위한 상품의 차별화만을 추구하는 상업적 유기농이 늘면서 커지는 고민이다.
찜찜함 셋! 지난여름 합천에서 들은 이야기. 지금 농촌에서 농사짓는 분들은
나이가 거의 70대 이상이란다. 이 분들의 고단한 삶의 열매를 우리가 먹고 있다.
이 분들마저 돌아가시고 나면 농사지을 이가 남아 있을까?
유기농이 아니라 농약을 친 먹을거리라도 우리 땅에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면서 제3 세계 농민들에게 제 값을 쳐주는 공정무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농민을 좀 더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추수의 계절이다. 우리 조상들은 해충까지도 ‘유기적 순환 관계’로 인정하며 함께 살았고
사람과 가축의 배설물까지 온전히 생명으로 되돌렸다.
우리도 안전한 먹을거리만 바랄게 아니라
우리 흙과 물과 공기를 살리는 ‘우리’ 유기농업과 생명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유기농업의 정신까지도 살려내는 것이
모두가 다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한다.
<김혜영·베로니카/의정부교구 마두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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