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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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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끈질긴 삶을 위하여 ...... <배은주 /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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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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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11:09:50 , 조회 :
3,378 , 추천 :
4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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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십니까?
맹위가 한창이던 한겨울, 그것도 아직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새벽에 용산 제4구역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불구덩이 속에 몸이 뒤틀리고 차가운 물세례를 받으며 참혹하게 유명을 달리했던 그 날, 1월 20일을 말입니다. 대로변 건물 옥상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하며 절규하다 죽어간 그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연합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고 이제 여름이 한가운데 있는데, 한해의 상반기를 정리하는 6월의 마지막 날,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62일이 지났는데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기가 막힌 일입니다. 희생자들은 순천향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여전히 안치되어 있고,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장례식을 유보한 채 길거리에서 비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참사현장 한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철거가 한창입니다. 용산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용산참사의 원인은 2002년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서울시에서 추진한 뉴타운사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 대규모 합동재개발사업을 시작한 서울시는 2000년 이후에는 단위사업이 아닌, 광역적인 재개발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치구가 개발에 대한 모든 것을 계획·수립하고, 시공사는 도시환경정비계획을 짜고, 서울시가 승인하는 등 주민의 동의 없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재개발사업을 빠르게 추진하여 가능한 빨리 개발 이익을 챙기기 위한 목적으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도촉법)’을 제정합니다. 물론 도촉법 1조에는 ‘도시의 낙후된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의 확충 및 도시기능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미 도촉법은 있는 자들을 위해 법적 절차들을 생략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공사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용적률과 층고를 높이고 대형 아파트를 선호합니다.
그러면 대형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원주민은 추가 비용을 많이 내야 하고, 영세 가옥주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작은 보금자리마저 빼앗긴 채 세입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세입자들은 턱도 없이 적은 임대주택을 바라볼 수도 없고 그것마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어 외곽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상가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영업권에 대해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게 됩니다. 결국 잘 살고 있던 마을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들쑤셔놓고 가옥주와 세입자들을 원수지간으로 만들고 ‘자본’이라는 거대 괴물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고 마는 것입니다.
무차별적이고 무계획적이며 거대자본이라는 힘의 논리에 편승한 도시재개발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생존권과 주거권이 박탈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납니다. 용산참사는 이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우리에게도 생존권이 있다고,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천명한 것입니다.
원주민 재정착률 평균 20%가 말해 주듯이 공동체가 해체되고 가난한 이들을 유랑민으로 만들어 버리는 현행 재개발정책은 흔히들 제2,3의 용산참사의 불씨로 남을 것이라 말합니다. 사실 내가 한국사회의 10%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언젠가 내 앞에서도 전개될 광풍입니다.
용산참사를 수사한 검찰은 법원의 증거개시명령을 거부하며 1만여 쪽의 수사기록 중 3천 쪽을 공개하지 않고, 정부 또한 도의적 차원에서의 어떤 제스처도 보이지 않는 등, 용산사태는 어떤 진전이나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용산참사 현장에서 정의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랑스런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는 천주교 사제들과 신자들, 그림과 시, 노래로 용산을 알리는 예술인들, 이들의 투쟁 속에양식을 제공하는 사람들, 유가족과 철거민들과 동고동락하는 용산범대위와 전철연 회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바로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이들은, 용산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는 새로운 가족들입니다.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보금자리를 뺏기지 않고 재개발의 광풍에서 우리 재산을 강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90%의 우리 서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용산참사가 전해주는 교훈을 잘 새겨들어야겠습니다.
<배은주ㆍ짓다/서울교구 목4동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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