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주님!(루카 24,29) ...... (오숙경 / 유스티나)
   기쁨과희망   2008-04-30 15:16:30 , 조회 : 3,052 , 추천 : 457

부활의 기운이 온 천지간에 가득해서, 자연에 가까이 사는 것이 전례를 풍성히 느낄 수 있는 좋은 선택임을 알 듯 합니다.

작년에 늑장을 부리다 땅 반의 반이 풀 농사여서 올해는 서둘렀더니 밭이 이발한 것처럼 개운해졌습니다. 이렇듯 자연은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있는데 유독 사람 사는 일만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마을에 들어온 지 1년 쯤 지났을 무렵,  엄마가 암에 걸려 할머니 댁으로 살러 온 꼬마 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또 다른 두 집 꼬마 다섯을 더 만났습니다. 부모의 잦은 싸움과 이혼 그리고 이별 과정을 겪은 아이들은 거칠어서 아이도 어른도 적응하느라 많이 지쳤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와도 돌봐주는 이 없으니 사탕 하나로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 줍니다. 사랑이 고픈 아이들은 먹어도 자꾸 허기가 지나봅니다. 정부에서 생활보조를 받는 어르신은 “나는 밥을 많이 먹어서 항상 쌀이 모자란다”고 하십니다. 교회에도 쌀을 내신다는 말씀에 속으로 교회 욕을 해댔지만 주일날 교회에서 함께하는 식사가 큰 즐거움이니 오히려 크게 인사해야 할 일입니다. 미사 중 신부님께서 좀도리쌀을 나누라고 하시니 누가 볼세라 한 봉투 슬쩍 가져왔습니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세 명의 캄보디아 여성과 한국어 공부를 하던 어느 날, 결혼식 사진을 보고 무척 당황했습니다. 한국에 온 지 7개월 된 스물 갓 넘은 여리디 여린 새댁, 사진 속의 그녀는 화려하고 당당하고 성숙해서 마치 신화속의 여신 같은데, 내 앞에 있는 그녀는 작고 초라하고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문화에서 산다는 것은 짧은 시간에도 사람을 이토록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인가 싶습니다. 아무쪼록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경험할 많은 것들로 인해 늘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농촌마을에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아파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큰 잔치상이 있고, 도시에서 기르다 내버린 애완견들이 있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도시에 적응 못한 어르신들 그리고 머나먼 낯선 곳으로 결혼해 온 여성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다 품어주는 곳이 농촌마을입니다. 농촌의 자연 역시 이런 우리 모두를 품어 안았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들을 품어 안아야 합니다.

재속회 회원인 우리는 농사일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동체를 꾸려갑니다. 그리고 마을의 대소사에 함께 하면서 농촌 지역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인간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욕심이 아닐까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묻습니다.

주님! 제가 작고 적습니다.(요한 6,1-15) 그래서 제자들처럼 주춤거리고 꼼짝 못하고 움직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요한 6,16-21) 나의 투덜거림에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바로 당신이라고, 우리들의 식탁에 그들을 초대하라고(루카 24,13-35).

<오숙경·유스티나/성마리아재속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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