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위치한 원로사목자 사제관 ‘김성학관’에 도착했습니다. 대수천 미사에 참례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수단에 파시아(수단띠)까지 하고 정중히 제의가방을 들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미 서너 명이 나와서는 저를 막아섰습니다. ‘좌파신부는 대수천 미사에 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으로서 국방의 의무도 성실히 이행했고 무엇보다 가톨릭 사제로서 특정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공직을 맡은 일도 없으며 그저 일개 교구 신부로 병원사목을 하고 있는 신부일 뿐임을 이야기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수천 지도신부라고 자칭하는 김성학관에 사시는 모 원로 신부님과 통화 후에 제가 대수천 미사에 가겠다고 이야기했고 그 모 원로신부님도 ‘그래 그럼 미사 와야지’ 하고 말씀하셨다고 이야기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그 모 원로신부님과의 통화내용 녹음을 들려줘도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천주교 신부가 미사하러 왔습니다. 당신들이 천주교 신자라고 했으니 비키십시오.”
그러고는 김성학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자 제 수단을 잡아당겨 뜯고 뒷목을 잡아당기고 수단 카라를 뽑아 바닥에 던졌습니다. 김성학관 문틈을 잡고 있는 제 손목을 문을 이용해 가격하고 찧었습니다. 그렇게 잡아당기는 힘에 못 이겨 저는 땅바닥에 내동냉이 쳐졌고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제 심장과 영혼을 찌르는, 온 몸에, 온 영혼을 칼로 저며 놓는 듯한 말을 들었습니다. “야~야~ 너는 신부가 아니야, 가!” 대수천 회원이 이런 말을 했다면 억지 이해라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수천 지도신부님이 밖으로 나와 보지도 않은 채 저 너머 사제관 문 뒤에 숨어서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한평생을 사제로 살아온 원로사목자’라는 분의 입에서 쏟아지는 그 말은 제 영혼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제가 사제랍시고 신부랍시고 쎈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상처 잘 받는 약한 영혼일 뿐임을 다시 재확인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저의 부족함이지만 이날 이후 원로사목자를 바라보는 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극복해야지요.
대수천에서 김성학관으로 경찰을 불렀습니다. 제가 종교행사를 방해했고 업무방해를 했으며 기물파손을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수단이 다 찢어진 채 오른 손목에는 심한 타박상과 뇌진탕 소견으로 구급차를 타고 강남베드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옮겨질 때 대수천 대표가 구급차로 다가와서는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자살이나 해보시지!”라고 비아냥거리고 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대수천에서는 그 날 자기들끼리 미사 후에 그 모 원로신부님의 영명축일 행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같은 세례명을 지닌 저는 병원 퇴원 후 강남 수서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종교행사 및 업무방해에 대해 저는 말했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부이고 천주교 신부가 미사를 하러 갔는데 저를 고소한 사람들이 미사를 못 들어오게 막고 저를 폭행했습니다. 누가 종교행사를 방해하고 누가 업무방해를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사를 하던 형사님도 더는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저도 맞고소를 했습니다만 다시 취하했습니다. 제 아무리 교구 사제라지만 혼자 독불장군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