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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와 일상의 물음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우리들의 생각을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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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를 향하는‘복음의 기쁨’ ...<오민환/본 연구원 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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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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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1 16:26:53 , 조회 :
1,506 ,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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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로마에서 귀국하신 수녀님 한 분을 만났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17일 숙소로 쓰는 성마르타 집에서 77세 생일을 맞이한 교황의 자축미사와 아침 식사에 3명의 노숙자들이 초대되었다. 동구권에서 왔다는 그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있던 터였다. 허름한 옷에 약간 상기된 얼굴과 엉거주춤한 자세로 개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서 있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교황의 생일에 초대받은 배경은, 지도자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아랫사람의 충성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암시하였다. 지난해 말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복을 입고 야간 잠행을 해서 노숙자를 만난다는 소문이 돌던 때였다. 노숙자들은 여느 때와 같이 교황청 성베드로 광장 근처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교황의 자선담당보좌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대주교는 출퇴근길에 그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대주교는 자신의 상관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챈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마침 교황 생일을 맞아 새벽 출근길에 “교황생일 파티에 함께 가자”고 노숙자들에 말했다. ‘깜짝 이벤트’였다. 노숙자들은 함께 잠을 자던 개까지 데리고 일어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을 미소로 맞이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아침 노숙자들과 개는 바티칸에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오. 아, 저 개도…”라면서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 주변부에 있던 노숙자들에게 해가 뜬 셈이었다. 예수도 세상의 장벽을 허물면서 주변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교황청의 개혁의지는 언제나 답답한 중심에 주변의 숨을 불러오는데서 시작되었다.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뽑힌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지는 한마디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늙은 노숙인이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건 뉴스가 안 되지만, 주식시장이 단 2포인트라도 떨어지면 뉴스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탐욕스런 자본과 이기심에 대한 질타는 인간성이 왜곡되어가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에 있은 즉위미사에서 마리아와 예수의 곁을 지키면서 구원사의 한몫을 거든 요셉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교황은 보호자 요셉처럼 자신이 돌봐야 할 이들을 교황도 요셉 성인처럼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없고 보잘 것 없다 생각되는 소수자들을 끌어” 안아야 한다고 했다. 마태오복음의 최후심판 이야기에서 열거된 “굶주린 이들, 목마른 이들, 나그네들, 헐벗은 이들, 병든 이들,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교회의 우선적 사랑이 전해질 것이라 했다.
지난해 말에 나와 얼마 전에 한국어로 번역된 사도적 권고「복음의 기쁨」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수만 부가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 ‘복음의 기쁨’의 가장 우선적인 수신자는 바로 교황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다. 노숙자의 손을 잡아 교황의 생일상에 초대한 대주교는 자기 수장의 마음을 잘 읽은 셈이다.
수녀님과의 대화는 지도자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아랫사람은 윗분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마련이다. 마침 그때가 바티칸에서 추기경 서임식이 며칠 남지 않은 때라 ‘착한 목자’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하였다. 새로운 추기경의 탄생으로 한국교회에도 서광은 비치고 있는 것일까.
<오민환/본 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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