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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포와봉사(Kerygma et Diakonia)'는 사제들을 위한 강론길잡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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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제1권-통권 74권 - 말씀 안에 계신 그리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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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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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0:10:26 , 조회 :
2,089 , 추천 :
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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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_제1권(74)_최종.hwp (194.0 KB), Download :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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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출신의 교황 비오 12세는 어린 시절 우리에게 신비의 인물이었습니다. 교황은 볼 수 있는 교회의 으뜸이라는
19세기 교황 중심의 교회관이 지배적이었던 그 당시, 교황 앞에서는 누구나 다 무릎을 꿇고 기어가서 교황의 구두에
입을 맞추고, 교황이 손을 내밀면 황공한 마음으로 그 손에 입 맞추곤 했습니다. 주교님들이 교황을 알현할 때에도
황제 앞에서 신하가 하듯 모두 무릎을 꿇고 조아렸던 것입니다. 60년 전 당시에는 너무도 당연했던 현실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교회공동체에는 세 교황이 존재하는데 흰 수단을 입고 있는 실제 교황인 ‘하얀 교황’(Papa bianco),
붉은 수단을 입고 있는 포교성(현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추기경은 ‘붉은 교황’(Papa rosso), 그리고 검은 수단을
입고 있는 예수회 총장 사제는 ‘검은 교황’(Papa negro)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의 중 교수 신부님이 양념으로 들려준 심심풀이 말씀을 이렇게 기억해 봅니다.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세상과 교회 안팎에 참으로 크고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그 변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진전, 인류의 진화, 의식의 각성 그리고 신앙의 성숙 등 많은 것을 깨닫고 이룩하고 있습니다.
1958년 10월 9일 비오 12세가 선종한 뒤 79세의 요한 23세가 교황으로 선임되었을 때 신부님 한분은 우리 고등학생
들에게 요한 23세가 교황이 되리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 분은 그저 과도기의 교황 정도라는
외신 보도를 전해 주었습니다. 농부 출신의 교황에 대한 여론의 일반적 평가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평가된 교황이
20세기 교회 안팎에 엄청난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한 요한 23세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교황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1958년 10월 28일에 교황에 선임되고 11월 4일에 등극한 그는 1959년 1월 25일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성 바오로 회개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그 옆에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추기경 회의를 열어 로마 시노드, 교회법 개정
그리고 공의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선언했습니다. 함께했던 17명의 추기경들은 매우 의아하고 당황해 했고
바티칸의 관리들도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 공의회를 개최하려면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는 폭탄선언이었기에 더욱 놀랐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교황이 혹시 노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요한 23세는 이를 성령의 이끄심이라고 확언하고 그해 1959년 5월 17일 성령강림 대축일에 예비 준비위원회(Antepreparatory Commission)를 구성하고 1960년 6월 5일 성령강림 대축일에 10개 분과위원회와 함께 2비서국
그리고 중앙위원회 등 공의회 공식 준비위원회들을 설치하여 1962년 10월 11일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장엄하게
개최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공의회 도중 1963년 6월 3일에 선종하고 이어 교황이 된 바오로 6세가 공의회 속개를
선언하여 1965년 12월 8일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공의회 준비를 위해 한창 기도 바치고 모국어 미사를 시범으로 봉헌하던 1961년 대림 제1주일 전야 토요일에
대신학교에서 우리는 장엄한 말씀의 전례의식을 처음으로 거행했습니다.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 인천교구에서
활동하던 메리놀외방전교회 설 신부님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핵심 가르침을 전해주면서 이제까지 우리 가톨릭은
성체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현존만을 강조해왔는데 그것은 한 면일 뿐이며 그리스도는 바로 말씀으로 성경 안에
현존해 계심을 역설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성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더욱 실제적이며 실감난다는 기존의
신심과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설 신부님의 열정적 강론 후에 우리는 처음으로 대림절 전야 말씀의 전례를
거행했습니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촛불을 든 복사들과 함께 신부님께서는 활짝 펼친 성경을 두 손에 높이 들고
장엄하게 입장하면서 말씀 안에 계신 그리스도와 성체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함께 체험하고 고백하는 것이
참 믿음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개신교는 말씀중심, 가톨릭은 성체중심인데 이들의 조화와 종합을 통해
교회일치운동과 함께 성숙한 신앙을 이룩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제는 말씀의 전례와 성경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우리가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고백하고 있지만
50여 년 전에는 획기적 전환이었습니다. 대림절을 맞아 우리는 새삼 말씀의 위력을 고백하며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나라가 망하고 성전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 하느님 말씀의 큰 힘을 장엄하게 고백했던 이사야 예언자를 묵상합니다.
성체는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그리스도인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성체는 필연적으로
말씀과 함께, 말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결실이기에 말씀의 가시적 표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때까지 일방적으로 성체중심의 신앙과 고백만을 강조했었고 지금까지 그 큰 흔적이 우리 안에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체와 말씀은 한 짝입니다. 아니, 한 실체의 양면입니다. 성체성사 신학에서도 우리는 빵과 포도주를 질료(materia)
그리고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성경 말씀을 형상(forma)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결과인 성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성체가 이루어지는 과정, 말씀의 선포와 말씀의 반복, 말씀의 수령을 통한 그 절차를 우리는 함께 기억하고 연계해야
합니다. 성체가 이루어지는 신앙고백의 절차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바로 절차민주주의의 길잡이이며
표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미사란 말씀을 듣고 선포하고 말씀을 통해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이루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십자가, 그리고 부활에 대한 말씀의 기억입니다. 성경읽기와 묵상, 회개가 바로 성체성사의 전제이며 핵심임을 새삼
깊이 묵상합니다. 성체를 모시는 마음으로 이 대림절에 우리는 모두 말씀을 듣고 깨닫고 널리 선포해야 합니다.
말씀의 선포는 구체적 실천입니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야고 2,17절의 말씀을 되새기며 대림절의 실천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메시아
나라를 꿈꿉니다. 말씀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고백하며 우리의 말을 통해 말씀이 선포되는 사제적 역할의 큰 힘을
생각하며 보다 진지한 자세로 미사와 강론에 임합니다.
신부님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성탄과 새해 인사를 앞당겨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11월 1일 모든성인 대축일에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가족들과 함께
함 세 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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