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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포와봉사(Kerygma et Diakonia)'는 사제들을 위한 강론길잡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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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제3권-통권 76권 - 재의 수요일, 사순절의 첫 체험을 되새기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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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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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21:59:25 , 조회 :
1,836 , 추천 :
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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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_제3권(76)_home.pdf (1.06 MB), Download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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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이마에 재를 받으며 속죄의 기도를 올리는 이날, 우리는 모두 하느님 앞에 죄인임을 겸허하게 고백합니다. 그런데 사제로서 매해 이 예식을 반복하고 주도하게 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성에 젖고 부끄럽게도 단순히 연극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 표현이 연극배우에게는 큰 실례라고 생각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덧붙입니다.
지난해 가을, 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가을의 신부,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님께 바치는 연극과 축제를 서울 정동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3일간 펼쳤는데, 이튿날 명계남 배우가 무려 1시간 30분 동안 혼자 긴 대사를 줄줄 외우며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감탄했습니다. 독재자의 독선과 오만을 풍자하면서 역사적 심판을 내리며 꾸짖는 내용에 관객 모두 공감했습니다. 이날 '연극 자체가 기도와 웅변 그리고 장엄한 미사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며 온 마음, 온 정신, 온 몸을 다 쏟는 그 배우의 열정에 또한 큰 경의를 표했습니다. '사제로서 미사봉헌 할 때 이런 열정으로 기도하고 강론을 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한 연극배우인데 타성에 젖은 저 자신을 연극배우에 비유하다니 그분께는 참으로 큰 실례라고 고백합니다.
어쨌든 어린 시절 그리고 신학생 때의 사순절 체험은 우리 모두에게 신비의 절정이었습니다. 1965년 로마 유학시절에 선배신부님 한 분이 우리 후배들에게 당부하셨던 말씀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때 신부님은 우리 신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사제가 된다고 하루아침에 거룩하게 되지는 않아. 신학생 때 미사 참례하던 그 신심과 경건한 마음을 갖고 사제생활에 임하고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면 그런 사제가 세상을 변혁하는 가장 성실한 사제이며 성인사제일꺼야!" 그때 저는 속으로 "아니, 겨우 신학생 때의 마음만을 간직하라니…. 신학생 때보다 훨씬 깊고 더 정성을 쏟으며 미사를 봉헌하며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제가 된 후 저는 그 선배 신부님의 말씀의 깊은 뜻을 새삼 실감하며 후배들에게 이 체험을 전하곤 합니다.
교구에 따라 일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2월경에 많은 새 사제들이 탄생합니다. 신학교에 입학하던 때의 마음, 사제서품 때의 약속과 다짐에 늘 충실하기를 바라며 청춘을 바친 새 사제들의 정열을 함께 노래하며 축하합니다. 그런데 사제서품을 앞둔 후보자들을 지켜볼 때, 시대가 변하기도 했지만 본질은 잊고 부차적 내용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 큰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저는 로마에서 사제가 되었기에 성작과 제의 등은 전교회에서 일괄적으로 배분받았고 첫 미사, 첫 강복 등도 미사에 함께 한 그곳 은인교우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 기회에 우리네 서품식과 첫 미사 문화도 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새 사제의 첫 강복에 대해서도 미사 중에 장엄축복 또는 교황강복으로 성대하게 행했으니 그것으로 마감했으면 합니다. 미사 후에 다시 새 사제가 교우들에게 일일이 개인적으로 강복을 하여 무려 두 세 시간이 더 걸리니 이 의식도 사실은 사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새 사제들에게는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새 사제의 첫 강복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칼 맑스가 지적한 것처럼 일종의 마약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습니다. 첫 강복을 주면서 우리는 일종의 신적 권능의 집행자가 되며 그 행위를 통해 스스로 신적 허상을 지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의 수요일은 바로 이러한 허상을 송두리째 깨고 부수어 절대자 하느님 앞에서 인간의 본질과 한계를 깨닫고 고백하는 낮춤과 비움을 실천하는 날입니다.
사제는 봉사자입니다. 그런데 보좌사제들의 경우 현 교구체제하에서는, 회사에 비유한다면 일종의 신입사원에 불과한 약한 처지에 있습니다. 그러나 사제는 골고타 언덕, 십자가에서 처절하게 사형 당하신 예수님의 추종자입니다. 죽음 앞에서 결단을 내리는 사람입니다. 사제는 '십자가 예수님의 죽음'을 체험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물론 '부활의 예수님'도 체험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죽음, 그 긴장과 부활의 벅찬 체험을 안고 한평생 기쁘게 살아야 할 사제는 바로 재의 수요일에 스스로 이마에 재를 얹으며 죄인임을 공동체 앞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전 존재와 인격을 걸고 하느님 앞에 겸허한 삶을 다짐하고 또 약속하고 있습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운영위원 사제들은 지난 해 12월에 한자리에 모여 "보라, 그날이 온다"(예레 23,5)는 예언자의 말씀을 올 2011년 사순절의 묵상 주제로 정하고 다섯 개의 소주제를 나누었습니다. 시대를 고민하고, 시대와 함께 시대를 변혁해야 할 신앙인의 역사순례 소명을 되새기기 위해서입니다. 소주제와 집필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제1주제 '길 위의 신부', 명동성당에 서다(문정현)
- 제2주제 역사와 현실을 바꾸는 그리스도인(함세웅)
- 제3주제 경제민주주의와 그리스도인(김인국)
- 제4주제 공동체, 그 작은 삶을 위하여(박기호)
- 제5주제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김정욱 교수)
'보라, 그 날이 온다'라는 희망의 말씀은 또한 하느님의 종말론적 심판의 예고이기도 합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은 이렇게 다섯 분의 글을 묶어 사순절 강론과 묵상자료로 117쪽의 소책자를 발간했습니다. 신부님들께서 교우들을 위하여 이 소책자를 구입해 주시고 읽도록 해 주십사 청합니다. 속죄와 감사, 십자가와 부활의 기쁨 등 큰 신비를 가슴에 안고 '재의 수요일'에 임합니다.
신부님 모두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2월 28일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가족들과 함께
함 세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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