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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포와봉사(Kerygma et Diakonia)'는 사제들을 위한 강론길잡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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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제4권-통권 59권 - 사제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는 옛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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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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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6 14:40:07 , 조회 :
2,715 , 추천 :
3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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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본___가_제4권(59).hwp (440.5 KB), Download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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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신부님들께 5월의 인사를 드립니다. 신부님들께서는 이 글을 6월에 읽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어쨌든 5월은 그 자체로 기쁨과 경건, 축복과 친교의 달입니다. 1일 노동자의날,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2일 석가탄신일, 15일 스승의날, 18일 광주민중항쟁기념일, 21일 부부의날 그리고 무엇보다도 5월은 성모성월로 우리 모두 사제적 꿈을 간직하며 기도했던 어린시절과 신학생 때의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청순함을 확인하는 달입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오늘(7일) 저는 옛 소신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는 한상용(요한)으로 소신학교 고2 때엔가 신학교를 떠나서 그 후 서강대학교를 졸업한 후 쌍용에서 근무하다가 80년대 중반쯤에 미국으로 이민가 나름대로 잘 자리잡고 사는 친구입니다.
현재 미국 뉴욕 근처에는 사제직을 떠난 옛 선배, 동료, 후배들이 여러분 살고 있는데 이분들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옛 신학교 생활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고 우정을 다진답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반 동창들도 서너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분들의 만남, 부부생활, 자녀들과의 관계 등을 소개하려면 대하소설 몇 권으로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전화로 들은 기쁘고 놀랍고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신부님들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 사는 오경동(요셉) 부부에 관한 얘기입니다. 오경동 형은 저보다 1년 선배로 사제품을 받은 뒤 프랑스 빠리에 건축학을 전공하기 위해 유학하면서 빠리 한인본당을 맡아 일했습니다. 그때쯤 사회학을 전공키 위해 로마를 거쳐 빠리로 온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박안나 수녀와 함께 선교사목활동을 위해 협력하며 지내다가 더욱 가까워져 결국 두 분이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로마에 있을 때 방학 중 빠리를 거칠 때에는 이 두 분을 만나 가깝게 지내곤 했습니다. 제게는 1년 선배였지만 우리는 친구처럼 지낸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사제직과 수도자직을 떠났으니 아무래도 우리 사이에서는 흉이랄까 비난이랄까 어쨌든 탐탁하지 않은 대상으로 가끔 대화에 오르곤 했습니다. 그 뒤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때 이분들을 두어 번 만났지만 아무래도 삶의 양식이 다르니까 그저 겉도는 정도의 일반적 대화만 주고받았을 뿐, 깊은 대화에 이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가끔 뉴욕의 벗들로부터 이들의 근황을 듣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들은 소식은 이분들이 사제와 수도자로 계속 활동하여 이룩했을 행업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이분들께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언론에 모두 공개된 것이라니 제가 전해들은 내용을 신부님들과 함께 나누려고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오경동(요셉) 부부는 25년이 넘게 뉴욕 브루클린에서 세탁소를 운영해왔습니다. 이 부부는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손님 한분 한분에게 정성을 다했습니다. 종족과 신분을 넘어 누구에게나 겸허하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젊은 부부들이 어린자녀들을 맡길 곳이 없으면 그 아이들을 맡아 돌보기도 했고, 혹시 가족들이 서로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이 세탁소에 소식을 남겨 언제라도 서로 소식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주민들은 이 부부를 너무 신뢰하여 자기 집 열쇠를 맡기고 다녔으며 외출 후 또는 퇴근길에는 이 세탁소에 꼭 들리곤 했고 따라서 세탁소는 자연스럽게 동네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었습니다.
세탁소는 친교의 장, 사랑방이기도 했습니다. 서로 소식을 주고받고 건강한 여론을 형성하여 동네와 자녀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이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다보니 이 부부가 그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부부는 또한 아프리카 오지의 빈민들을 돕고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와의 전쟁 등을 반대하며 앞장섰던 평화운동가이기도 했습니다.
세탁소는 이제 그야말로 주민센터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에 건물주가 임대료를 턱없이 올렸습니다. 인상된 임대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이 부부는 세탁소 운영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동네 주민들이 임대료 인상을 재고해 달라는 호소와 함께 연판장을 작성하여 세탁소 생존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쳐 건물주에게는 물론 관계기관 등 여러 곳에 서명서류를 전달했습니다. 그 중에는 판·검사, 공무원 등 동네 유지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건물주는 주민들의 염원을 외면하고 임대료 인상을 고수했습니다. 오경동 부부는 세탁소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은퇴하여 나름대로 봉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부의 지난 25년의 삶이 주민들을 감동시켜 이들의 봉사와 헌신소식이 일파만파가 되어 브루클린 전역에 널리 퍼졌고 이들이 사업을 정리할 때 주민들은 모두 뜻을 모아 사업정리 감사모임을 마련했습니다. 남녀노소 그야말로 주민 모두가 마련한 동네잔치였습니다. 수천여명의 하객이 함께해 근처 한인성당은 공간이 모자라 유다교 랍비가 제공한 시나고가(Synagoga) 집회장에서 성대하게 잔치모임을 갖고 이 부부의 그동안의 노고와 헌신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이 지역신문에 보도되고 그 뒤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그리고 일본 언론에 보도되고 얼마 전에 KBS에서도 보도를 했습니다.
오경동(요셉)선배는 미국에 도착하여 사업을 시작한 얼마 뒤에 머리에 총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 체험이 그를 아름다운 봉사로 이끌지 않았을까 라고 주변에서는 해석합니다. 부인 박안나 자매의 헌신도 대단하여 그는 뉴욕시가 주는 모범적 ‘여인상(賞)’도 받았답니다. 그리고 사제직을 떠난 우리 친구 중 하나가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는데 자리를 잡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을 때 이 친구를 돕자고 처음 나선 분이 바로 오경동 선배였고 그래서 친구들이 힘을 모아 크게 도움을 주었다는 얘기도 덧붙여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이 전화를 끊자마자 사제로서, 수도자로서의 길은 바꾸었지만 그 길을 성실히 걸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일을 이룩한 이분들을 기리면서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와 같이 브루클린 주민들과 미국인 그리고 세계인에게 감동을 준 아름다운 삶이 바로 성실한 신앙인의 자랑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분들의 사제로서 그리고 수도자로서 옛 삶이 나름대로 다른 곳에서 더 크고 아름답게 열매 맺었음을 확인 했습니다. 사제이던 수도자이던, 또는 그 직분을 비록 떠났다 하더라도 언제나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사랑과 헌신과 봉사로 이웃을 감동시킨 그 삶이 바로 예수님의 참된 제자의 삶임을 새삼 확인하면서 아름다운 옛 선배, 벗, 후배들의 삶을 생각하며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서의 일치와 연대를 확인했습니다.
‘사제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는 옛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길을 달리했지만 믿음과 사랑 안에 우리보다도 더욱 성실하고 책임 있게 사는 분들을 떠올리며 책임 있는 사제의 삶을 다시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도중에
2008년 5월 7일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가족들과 함께
함 세 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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