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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천주교인이오?” <노우재(미카엘) 신부 / 부산교구>
   기쁨과희망   2020-12-03 14:56:23 , 조회 : 872 , 추천 : 107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 시작되었다. 신부님은 문초를 당하시면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때 ‘아니오.’라고 했으면, 목숨을 구했을 뿐더러 창창한 출세 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19세기 초 조선 최고의 서양 지식인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신부님은 곧바로 “그렇소.” 하고 답하셨다. 죽음을 선택하는 답변이었고, 자신의 죽음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신앙고백이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고,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셨으니, 그분의 충실한 제자라면 다른 길은 선택할 수가 없다. 신부님의 모습을 바라보면 우리 또한 ‘왜 그리스도인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한다”(마르 8,34).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신앙과 은총의 힘으로 주님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신앙의 힘이 많이 떨어졌다. 오랫동안 너나 할 것 없이 외형의 성장에 도취하여 영적 긴장을 놓아버린 결과이다.

신앙은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히브 11,1)인데, 보이는 것에 정신을 다 쏟아버렸으니 무엇이 얼마나 남아있겠는가. 신앙생활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안위와 영광을 추구하고, 하느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자기 생각만 앞세우고, 교회 일을 한다고 하면서 자기 힘만 믿는다.

그 세월이 오래다 보니 ‘식별’을 하지 못한다. “주님께서는 지금 여기서 내가, 우리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시는가?” 묻지 않고, 그냥 자기 습관대로 일하고 살아간다. 자연스럽게도, 외형적 성과를 거두고 주변의 인정을 받으며 세력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분별력은 떨어지고, 자기만족이 최고 지위에 올랐다. 이런 현상을 앙리 드 뤼박은 “영적 세속성”이라고 했다. 교회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말씀하셨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이제 시대가 바뀌어 “그렇소” 답한다고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꾸미는 말, 거북하면 내팽개쳐도 괜찮은 말이 되었다. 신앙인이나 비신앙인이나 실제 생활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신앙의 기쁨이 아니라 세상이 주는 기쁨을 얻으려 신앙생활 한다면, 그건 신앙이 아니다.

부산교구는 신앙 회복과 신앙 증진을 위해서 ‘신앙과 말씀의 해’를 제정했다. 김대건 신부님의 전구를 기원한다. 자기만족보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생각하고, 자기 뜻보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먼저 찾고, 자기 생각보다 하느님의 지혜를 먼저 구하고, 자기 힘보다 주님의 힘을 믿으며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로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노우재(미카엘) 신부 /  부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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