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연제식 신부   2006-05-15 14:39:24 , 조회 : 2,476 , 추천 : 467



봄이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니 봄이요, 잎도 나고 꽃도 피어 볼 것이 많으니 봄이요, 만물의 약동으로 우리의 마음이 초록으로 물들어 기쁨이 솟아나고 모든 것을 환희심으로 보게 되니 봄이다. 봄은 보아야 하고, 느껴야 하고, 경이로움과 고마움에 애틋하게 젖어야 한다.

하느님의 다사로운 손길 같은 봄볕을 쪼이며 고랑을 내고 씨앗을 심고 화단을 손질하고 꽃을 심는다.
  
꽃심기보다 더 좋은 게 나무심기다. 길 가다가 묘목이나 나무나 꽃을 보면 집에 없는 것이나 더 필요한 것을 사다가 심고 심었다. 은피에 온 지 8년이 되니 이제 나무도 꽃도 집도 밭도 길도 다 어우러져 자연스럽고 아름다운데 거기다 봄이 오니까 어두워질때까지 묵주를 들고 나무와 꽃들 사이를 서성이게 된다.

도시에 살 때에는 꽃이 갑자기 피고 잎이 확 돋는 듯 생각 될 때도 있었는데, 흙을 밟고 살면서 매일매일 찬찬히 풀과 나무들을 보니까 나무도 풀도 얼마나 조심스레 조금씩 조금씩 움츠렸다 자라나는지 참으로 ‘깨어 기도하므로 유혹에 들지 않는’ 분들이시다.

새들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성무일도를 하는데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라 선창자가 짹짹하고 먼저 시작하면 다들 입을 모아 다양한 소리로 노래를 하는 것이다. 새소리를 들으려면 물론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내가 심고 가꾸고 씨 뿌린 나무나 꽃이나 곡식이나 먹거리여야 더욱 예쁘고 마음이 가고 맛 있는 것이다. “사람이 음식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말씀이 참된 것이니 먹는 것보다 숨쉬는 것이 더 중하고, 먹되 눈으로도 먹고 코로도 먹는 것이다.
  
밭에서 일하다 보면 바람결에 찔레향기 진하게 묻어 올때도 있고 어떤땐 그윽한 인동꽃 향기, 그 다음으로는 냄새만 맡아도 배부른 밤꽃 향기가 천지에 진동하는 것이다. 또 여름이면 칡꽃같이 아름다운 향기가 있을까?
  
지금은 봄이다. 육십 번 맞이하는 봄이지만 언제나 새 봄이다. 이토록 고요한 향기와 눈부신 신록은 느끼고 보면서 더 이상 무슨 은총의 향기를 탐하랴! 봄을 보지 못하고 새소리를 듣지 못하면 어디서 주님을 보며 하늘의 말씀을 듣겠는가?
  
봄이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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