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늦게야 철이든 할아버지
   전숭규 신부   2006-07-19 01:17:48 , 조회 : 2,581 , 추천 : 601



골롬바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사시는 분입니다.

어느 주일날, 할머니는 저에게 이런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신부님, 저희 영감님은 죽어도 성당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성당에 나오는 것도 영감 눈치보느라 너무 힘이 듭니다. 그러니 신부님이 저의 영감님을 책임지세요.” 저는 할머니에게 “젊은 아가씨면 몰라도 왜 당신 영감님을 책임집니까?” 하고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 낮에 할머니에게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할머님의 영감님을 한 번 책임지자. 책임지는 것이 신부 아니냐!”

다음날 삼겹살과 소주 몇 병을 사서 자전거를 타고 할머님 댁을 찾아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첫 인상이 말 그대로 고집불통처럼 보였습니다. 소주 한 잔 하러 왔다고 인사를 드리고 둘이서 술을 거나하게 마셨습니다. 그러나 집을 나올 때까지 성당에 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그 댁을 다시 갔습니다. 이번에도 삽겹살과 소주를 사가지고 갔습니다. 이렇게 몇 차례를 반복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거듭 저에게 “이거, 미안해서 어떻게 하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때가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성당에 나오시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비자 환영식 날,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고집스러운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성당에 나오신 것입니다. 저를 만나자 그분은,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아야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교리 기간 내내 그 할아버지는 제일 먼저 성당에 나오셨습니다. 영세하시던 날, 할아버지는 저에게 한 명을 성당에 꼭 데리고 나오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약속 대로 다음 교리 때에 그 동네 이장님을 모시고 성당에 나오셨습니다. 지금은 그 이장님도 영세를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할머님이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전기톱에 손가락이 세 개나 잘렸다는 것입니다. 급히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수소문해서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수술은 다행이도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저를 찾아 오셨습니다. 이제 막 퇴원하는 길인데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오셨답니다.

“많이 아프셨죠?”하자 할아버지는 “신부님, 저는 칠순이 넘어서야 철이 들었습니다. 잘린 손가락을 붙이기 위해 손가락에 철심을 박았거든요. 신부님 고맙습니다”하고 웃으시는 겁니다.
저도 “늦게야 철이 드신 것을 축하드립니다”하고 응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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