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CQ시대의 사목자
   조광호 신부   2006-07-19 01:19:36 , 조회 : 2,738 , 추천 : 387



20년 전 나는 아무 경험도 없는 젊은 사제로 주교단에서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 준비를 한 적이 있다. 밤을 지새우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였다.

당시 나는 출판국장과 200주년 기획위원회 총무로서 연일 계속 되는 각종 회의를 준비하고 홍보 책자와 영화, 각종 기념공모 기획과 진행을 맡아 일하면서 코피가 터진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요즘 같으면 흔해 빠진 게 승용차이지만 자동차가 없어서 무거운 짐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야 했다.

이러저러한 어려움이 많았지만 당시 나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생각이 다른 선배님을 모시는 일이었다. 신자들에게 일을 부탁하고 사례비를 주는 것이 못마땅한 그분은 늘 나에게 불만이 있었다.
원고 청탁을 해 놓고 원고료 주는 것까지 문제를 삼았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난처한 양심’으로 가슴조였던 세월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내 나이가 그 때 그 선배님처럼 된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이제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는 우리 주변 도처에 남아 있는 구차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교회 내에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신자들에게 어떤 일을 부탁 할 때 은근히 전제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우리 자신들은 물론, 교회는 돈 버는 곳이 아니기에 당신들 은 우리에게는 특별히 잘 해 줘야 할 것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 야박하게 해도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지니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봉사를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적당히 넘어가서도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오늘과 같은 사회에서 이러한 습관은 ‘구차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만을 줄 뿐 교회를 위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수십만 부 많게는 수백만 부가 되는 큰 교구 주보에 한 꼭지 글을 쓰고 5만원을 받은 어느 교수는 “신부님, 글 쓰는 데 꼬박 닷새가 되었는데 이거 너무 적게 주는 거 아닙니까?”하고 겸연쩍은 웃음을 웃었다.

오늘의 경제원리는 무조건 야박하게 절약함으로써 이익을 취하기보다 조금 더 후하게 함으로써 ‘영원한 고객’을 만드는 시대이다. IQ·EQ시대가 아니라 오늘은 CQ(Charisma Quotient) 시대이다. 이른바 ‘카리스마 지수’는 ‘다른 사람을 고양시키고 동참시킬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시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곧 ‘변화 지수’라고 해도 될 것이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게 될 때 조직만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퇴보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 보다 조금 더 후하게 하여, 감사와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때만이 그도 다른 이를 위해서 넉넉하고 훈훈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광호 신부 / 인천 가톨릭대학 종교미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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