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고민과 성찰, 숙고와 다짐
   함세웅 신부   2006-10-12 10:57:26 , 조회 : 3,010 , 추천 : 391



작가들에게는 영감이 있습니다. 영감은 창작의 원천입니다. 성서작가들은 성령의 감도를 받아 성서를 기록했습니다. 영감과 감도는 바로 같은 단어 "Inspiratio"의 다른 번역입니다. 시, 소설, 수필 등 문학의 영역에서 또는 음악, 미술, 건축 등 예술에서 모든 작가들은 “영감”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예레미야 등 예언자들은 스스로 “하느님께 사로잡혔노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사제들은 작가들과 같이 그리고 예언자들과 같이 “영감을 받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때문에 사제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늘 고민하고 진지하게 성찰하며 숙고하고 다짐해야 합니다. 신학생시절에 귀가 따갑게 들었던 종말론적 자세가 바로 이것입니다. “신학생 때처럼 살면 너희는 성인(聖人)이 될 것이다” “사제서품 때, 첫 미사 때의 열정으로 살아라”는 옛 선배스승들의 교훈을 새삼 새롭게 생각해 봅니다.

며칠 전 정성모(80세) 선생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정성모 성생님은 지금 일본에 계시는 정경모(84세) 선생님의 동생이고, 정경모 선생님은 1989년 4월 문익환 목사님을 모시고 북한 김일성 주석을 찾아가 남북의 일치를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었던 분으로 아직도 그 일 때문에 한국에 오시지 못하는 분입니다. 이분의 방문기를 제가「선포와 봉사」46권 서론에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 일로 인연이 되어 정성모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 두분 형제의 부친은 목사님으로 일제치하 평양에서 손꼽을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셨답니다. 어쨌든 이들은 남쪽으로 내려와 성장하며 자랐고 정성모님도 일제치하에서는 감옥에 갔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해방이후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신사참배에 앞장서고 일왕을 노래하고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주창하던 이들이 재빠르게 독립운동가로 변신하여 활동하며 훈장까지 타는 모순의 현실을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끊고 두문불출 은수자처럼 살게 되었다고 술회했습니다.

그래도 형의 일과 문익환 목사님을 돕다가 요사이 와서 민족문제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그는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고 있는데 어려서부터 다니던 예배당이 돈암동 성암교회인지라 주일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는데 목사님들의 설교를 도저히 못 듣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입만 열면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얘기하면서, 그 옛날 유목민의 원시적 신관, 유다인들의 민족적 신을 얘기하고 그것도 이것저것 꾸며서 덧붙이고 있으니 도저히 못 듣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 설명에 있어서도 예수님 행적과 말씀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목사 자신의 얘기만 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떻게 설교인가 라는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하면서 저는 움찔했습니다. 저도 늘 별 고민 없이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얘기했고 제 말을 강론이랍시고 해왔는데 그 강론이 참으로 예수님을 선포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신부님 구원이 뭡니까? 결국 의롭게 살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온통 1/10조만 강조하니 기가 막힙니다!” 그분이 나의 강론을 들었다면 뭐라고 하실까 생각하면서 십자가의 예수님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