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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종
   구일모 신부   2007-05-08 14:15:05 , 조회 : 2,969 , 추천 : 429




전화가 따르릉 울립니다. 전화기를 들면서 “예 성당, 구 신부입니다”하고 대답을 하였더니,
“신부님, 오늘 어디로 밭 매러 가실 건가요?”
“예, 비봉으로 갈 것입니다.”
그 자매님 제안이 “신부님! 오늘은 작철리로 가시죠?”하시기에 기꺼이 “아, 그럽시다”하고 작철리라는 동네로 일손돕기를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 집은 우리의 일손이 필요한 집이 아니라 사연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사연인즉슨, 이 집의 아저씨는 2년 전에 이 마을의 이장님이셨습니다. 얼마 전에 품앗이로 건넛마을에 고추를 심어주러 갔다가, 점심을 먹고 막걸리도 한잔하고 1톤 차를 운전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만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사고 난 상대편 차의 운전사가 죽었습니다. 사건은 점점 커졌습니다. 이장님은 왼쪽 어깨뼈가 부러졌고, 피를 많이 흘려서 그 즉시 교도소에 가지는 않았지만, 보통 큰일이 아니었습니다. 피를 흥건하게 흘릴 만큼 심하게 다쳤습니다.

병 치료차 집에 계시는 시기에 제가 그 집에 일손돕기 하러 갔던 것입니다. 웬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자기 집에 오니까, 피해자 측이나 경찰에서 온 줄로 알고 근심에 싸여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장님 자신이 “내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 난다”고 울부짖었습니다. 몇 번이고 그분을 달래며 “저는 성당 신부입니다”라고 말씀드렸지만, 그 말이 그분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에도 몇 번씩 그 집에 가서 안심을 시켜드리고 놀다 오고 하니, 이장님은 조금씩 조금씩 안정을 찾으시면서 나중에는 성당에 나오기 시작했고 교리를 잘 마치시고는 영세를 받으셨습니다.

지금 이분은 병보석의 기간이 끝나고 교도소에 계십니다. 지난번 면회 때 가서 성경책을 넣어 드리면서 말씀드렸습니다. “형제님, 이곳에 오신 계기로 해서 형제님이 새로운 삶을 사는 기회가 될 터이니, 계시는 동안 이 성경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도 빼지 말고 꼭 읽으셔요. 읽으시면 이번 감옥에 계신 기간이 형제님 생활을 바꾸어 놓을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간곡히 말씀드리니 이 형제님은 그 성경책을 받으시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접견실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이분이 수형 중에 계시지만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고 계실 것입니다.

시골 신부의 사목 현장은 때로는 외롭습니다. 경제적인 면으로도 그렇지만, 주변에서 협력해 주시는 분이 적습니다. 그러나 보람도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함께 새로 나시는 면을 볼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주님, 부족한 우리를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 곳으로 인도하소서!”

<구일모 신부 / 대전교구 청양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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