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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은퇴) 사제
   안승길 신부   2007-06-12 09:46:57 , 조회 : 3,529 , 추천 : 430



사목 일선에서 떠난(은퇴한) 사제를 원로 사제라고 칭한다. 근래에 은퇴한 사제들은 1960-70년도에 서품된 분들로 40년 정도의 사목생활을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와 격동기에서 헌신했던 분들이고, 사제 수가 적어서 격무 속에 지낸 분들이며, 교회 안팎으로부터 특별한 관심과 존경을 받던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현역에서 은퇴하여 공적인 삶이 아닌 개인적 삶의 현주소로 옮겨질 때에 첫 번째 느껴지는 것은 공간적, 정서적인 공허감이다. 이런 현상은 일반 사회인들, 특히 공직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간 삶의 여정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얼마전 먼저 은퇴한 동료와 환담을 나눈 적이 있다.
“막상 은퇴하고 나니 정신적으로는 편안한데 관심을 두는 이들이 점점 적어지더니, 한달이 지나니까 뚝 단절되는데 처음에는 허전하고 서운한 느낌도 들더니 이제는 안정적인 개인 삶을 찾게 되었네.”
“K신부! 인간관계란 현역에 있을 때에는 어떤 관계성이 있게 되지만, 전연 조건이 없고 관계성이 연결되지 않으면 그냥 외면하거나 떠나버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 아닌가? 특히 오늘의 사람들은 우리나 정감의 가치성을 가볍게 여기고, 이기적 차원에서 인간 관계성을 맺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고백하고 있는 하느님과의 관계성에 몰입할 수 있는 인생 말년으로 여기면 되겠지!”

필자의 사목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신자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노인들로 형성된 작은 공동체이며, 주일미사에 60명 정도가 참석하는 공소 같은 곳이다. 주중에는 사목적인 일이 거의 없다. 그래도 공간적인 공허감은 전혀 없다. 평소 등산, 독서를 즐기는 편이고 건강상에 이상이 오면 65년 이상 사용한 기계같은 이 몸이 젊은이의 건강을 바라는 것은 허황된 욕심이라고 자책하면서 웃어버린다. 그리고 의식과 신심과 사색의 범위를 제도화된 교회에서 길들여지고 습성화된 게토적인 인식이 아닌, 인간현상, 사회현상, 역사현상의 흐름의 실존적인 의미를 구원을 선포하신 복음 안에서 찾고 고뇌하면서 보낸다. 또한 고뇌의 현장(정의, 평화, 통일 운동)에 참여하면서 후배 사제들과 시공간을 공유하면서 지내기도 한다.

작년에 은퇴하신 어느 원로 사제가 필자를 방문하여 하루를 함께 지낸적이 있다. 이 원로 사제가 45년간 사목하신 여정을 들으면서 고독감은커녕 후배 사제들을 아끼고 염려하는 진솔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떠나시면서 흰 봉투를 주시는데, 처음에는 사양을 하니까 “이곳이 한국에서 가장 작은 본당인데, 본당신자들에게 잔치라도 하면 의미가 있지 않은가?”하시기에 기쁘게 받고 잔치를 해 드린적이 있다. 원로 사제의 몫은 바로 후배 사제들을 아끼고 격려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은퇴할 시기가 되면 여운이나 기득권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고 후배들을 아끼고 덕담을 주고 격려해 주는 아낌없는 모습이 보일때 원로 사제의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안승길 신부 / 원주교구 부론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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